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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일 (전교조 고창지회장 고창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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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고의 직업 선택 십계명을 보면 모든 내용이 특이하지만 특히 ‘부모나 아내가 결사 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라는 대목에 이르면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월급이 적은 쪽으로 가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쪽을 선택하라’, ‘ 장래성이 없는 곳으로 가라’, ‘처음부터 시작하는 황무지를 선택하라’ 등등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 모든 것을 부모나 아내는 분명히 반대할테니 아무래도 부모나 아내가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람이라는 게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이런 십계명을 남들에게는 쉽게 권할 수 있어도 정작 내 자식이나 내 자신에게 권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자식들이나 학생들이 엉뚱하고 새로운 그 무언가를 시도할라치면, ‘내가 해 봤는데…’, ‘내가 잘 아는데…’로 시작하여 그 시도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희망 직업란은 절반 가까이 ‘공무원’이 되고 만다. 그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 생활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무난해 보이기에 자식들이 공무원이‘나’ 되는 게 가장 나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안정되고 돈이 되며 남들 보기에 괜찮은 직장을 원하지, 힘이 들고 돈이 안 되며,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직장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길을 찾는 일인데 모두들 자기 길이 아닌 그저 남들 보기에 좋아 보이는 길만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그 길은 모두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지라, 그 길에 들어서지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좌절하고 이내 표류하고 만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지 못한 탓이다. 아이들 자신이 무얼 해야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교사와 학부모는 다양하게 모색해보고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놓아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과 시도가 보이면 애초부터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새로운 시도와 상상을 낯설고 두려워하며 그저 ‘무난한’ 삶을 희망한다.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 부정, 희생의 노력이 역사의 발전만 이끌어온 게 아니다. 개인도 자신의 타성과 관성, 관습에 제동을 걸고, 자신을 끊임없는 변화와 시도 속에 던져야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어느 한 곳에 움직이지 않고 엎드려서 남들 하는 것을 흉내만 내봐야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없다. 아이들과 자식들에게 자기 안의 이단을 꿈꿔보고, 좁은 길이더라도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면 터벅터벅 걸어갈 수 있게 상상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 결국 인생이란 것이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도 잘 알고 있음에도 자꾸 어른들이 생각하는 ‘무난한(?) 삶’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신약 성경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그 길이 넓어 들어가는 자가 많다. 참 인상적인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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