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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가》 이현순 글, 이육남 그림 초방책방 /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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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느 날 탱화를 배우러 다닌다고 했다(탱화는 불교 걸개그림의 하나로,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벽에 거는 불화). 그즈음 그는 송파구 언저리에 살았고, 탱화를 가르친다는 이는 도봉구 어간에 깃들어 있었다. 한강을 두고 서울이 이편 끝에서 저편 끝으로 ‘그림’을 배우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책의 그림을 그린, 이육남 화백이다. 당시 그는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유명세를 떨칠만치 떨치고 있던 차였다. 항간에는 그의 그림이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에 소개되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처지에 새로 뭔가를 배우러 나선다는 것이다. 고마웠다.
사설이 긴 이유는, 그가 바로 고창출신 그림꾼이기 때문이다. 이육남 화백의 민화같기도 탱화같기도 한 그림이 빛을 발하는 그림책이 바로, 『수궁가』다. 판소리이야기라면 우리 고장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아시다시피 판소리 역사에는 판소리여섯마당을 집대성한 신재효 선생과 첫 여류명창 진채선을 빼놓을 수 없다. 신재효 선생의 품에서 우리나라 판소리의 맥이 자랐던 것이다. 역사의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두 사람과 대원군 사이 삼각관계는 자칫 한말의 ‘게이트’가 될 뻔한 것이다. 세기의 러브스토리, 소설감이다.
『수궁가』 이야기로 다시 건너오자. 이 책은 2003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 출품된다. 세계적인 그림책 잔칫상에 올라, 세계 사람들 앞에 우리 문화의 가치로 소개된 것이다. 『수궁가』에는 수궁가 CD가 함께 들어있다. 우리 고장사람으로 귀에 익음직한 소리에 취해보자. 이 책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글을 다듬은 이현순 작가 또한 우리고장 사람이라는 것이다. 글과 그림을 그린 이, 그림책이라는 매체, 판소리와 고창. 무언가 끈끈한 역사적 공간적 연대로 묶여 있다. 판소리에 익은 귀와 손, 정신이 빚은 『수궁가』를 추천한다. 널찍한 판형의 그림책 안으로 장대한 소리여행을 권한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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