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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마을》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엄혜숙 옮김 우리교육 /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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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있어요. ‘오손도손 사람들이 모여 산다’ 같이 마을을 이루는 구성원인 사람이죠.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마을의 역사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하나의 가족, 가족과 가족이 모여 세월을 두고 쌓아온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의 바탕에는 마을 구성원들이 오랜 세월 동안 정해온 작고 큰 약속이 있어요. 그 약속이 성긴지 꼼꼼한지, 구속력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차이에 따라서 마을을 부르는 이름도 달라질 테구요. ‘종교’ ‘기업’ ‘학교’도 마을의 여러 형태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가장 꼼꼼하고 구속력이 강한 약속으로 운영되는 마을 가운데는 ‘나라(국가)’도 있어요. 법으로 정해놓은 약속(이것을 그 구성원이 지켜야할 ‘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을 지키지 않으면, 그 정도에 따라 몸을 구속해요. 그 ‘마을’에서 누릴 여러 가지 자유와 권리를 뺏는 거지요. 정도가 심하면 목숨을 빼앗기도 하지요. 물론, 이 ‘사형’이라는 제도는 논란거리예요.
마을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한권 같이 읽고 보아요. 다시마 세이조라는 일본 작가가 그리고 쓴 『모르는 마을』이라는 책이에요. 어느 해인가 그는 우리 민화 그리는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전통 그림의 세계를 엿보기도 했어요.
소풍을 다녀온 어떤 초등학생 ‘나’의 일기형식으로 어떤 ‘마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은 소풍./ ‘도시락 잊지 마!’/ 여동생이 맨발로 뛰어 나왔다.// 나는 버스를 놓쳤다./ 하지만 뒤에서 금방/ 아무도 타지 않은 버스가 와서/ 그 버스에 올라탔다.// 가는 곳이 다른 것 같았다./ 나는 ‘모르는 마을’에서/ 버스를 내렸다./ 길을 걷다 보니/ 민들레 아이들도/ 걷고 있었다.” 모르는 마을로 가게 된 사연이에요.
자기와 꼭 같이 민들레 아이들이 걷고 있는 그 모르는 마을에는 한술 더 떠, 작은 새가 풀처럼 길가에 나 있어요. 개울에는 파인애플이랑 바나나랑 망고가 헤엄치고 있어요. 마치 물고기처럼요. 밭에 소랑 돼지랑 물고기가 자라는 것은 말할 것 없구요. 수박으로 된 건물을 여치가 먹어치우기도 해요. 가로수인 개, 고양이 화분을 파는 햄버거, 수탉이 통닭무늬 파자마를 말리는 통닭가게, ‘나’를 삼켜버린 민들레, 모두 ‘그냥’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엉터리들이에요.
‘나’의 일기는 민들레 솜털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나요. ‘소풍’이란 이렇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을’로 떠나는 여행이에요. 익숙한 모든 것과 결별해보는 ‘나’의 소중한 체험이죠. 혹은 익숙한 것들 사이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를 찾고, 공감하는 체험이기도 해요. 그 여행을 통해, 우리가 ‘부쩍’ 자라온 것이에요. 지난 해 ‘책마을은 어떤 마을이 될까?’, 순한 웃음을 지으며 이 책을 책마을에 전해주신, 정충일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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