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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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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에 ‘방어기제(防禦機制)’라는 용어가 있다. 인간의 무의식을 연구한 ‘프로이드’의 이론에 나오는 말인데, 외부조건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괴리된 차이에 적응하려는 무의식적 심리의식 또는 행위를 말하며, 대게 부정, 억압, 합리화, 투사, 승화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나이가 들면 질병과 경제적 곤란, 가슴을 후벼 파는 외로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초함 같은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나름대로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더라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외롭고 쓸쓸하고 공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싼 술에 취하기도 하고, 평소에 접하지 안했던 책을 꺼내 읽기도 하며, 컴퓨터에서 고스톱도 친다. 이마져 시들해지면 대부분의 시간을 TV앞에 껌 딱지 붙듯 붙어 앉아서 막장드라마나 저질예능프로를 보곤 한다.
문제는 소위 예능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이다. 예능은 애매모호한 어휘로 예술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어 왔으나, 근대에 이르러 서구문화의 영향 밑에서 성립된 것을 예술이라 하고, 민속극 등 전통예술과 만담, 서커스 등의 대중예술을 예능이라 구별하는 경향으로 흐르지만, 엄격한 의미의 예능은 예술적 재능을 말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저희끼리 낄낄거리는 장난질에 폭언이 난무하는 것이 예술적 재능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동포라는 사람들이 총과 대포를 쏘아대며, 장애인이 외출조차 쉽지 않은 사회여건과, 저소득층이 저녁꺼리가 없어 힘들게 살거나 말거나, 주로 연예인의 사랑과 이별, 자살과 도박, 감추고 싶은 비밀의 끈질긴 추궁, 성형수술의 유무, 초등학생만도 못한 무식을 자랑하는 내용들을 예능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여 방영하고 있다.
출연자들도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이 몇 천만인데 찾아보면 숨은 인제들도 많이 있을 테지만, 그렇게도 쓸 사람이 없어서, 염색한 머리에 더러운 수염 달고 큰 입으로 속사포 쏘듯 떠드는 자나, 재주란 것이 호통 치는 것밖에 없는 자, 튀어나은 구강구조를 자랑하며 조소인지 미소인지 시종일관 호감가지 않는 웃는 얼굴을 보이는 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사투리에 험상궂은 표정으로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을, 무슨 예능인이라고 프로마다 출연시켜 독식하게 하는지 식상함을 넘어 화가 난다.
이제 이러한 너절한 예능프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재미와 시청율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프로들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새롭고 참신한 프로그램과 서툴 지라도 재능이 있는 인물을 발굴, 웃음 속에 눈물과 감동이 있고 철학이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예능프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저희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내용을, 주관조차 잃어버리고 별로 웃기지도 않는 얘기에 동조하여 부화뇌동(附和雷同) 하고 있을 것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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