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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농가 모종에서 과일썩음병 발생
“병든 모종 주고, 책임 못 지겠다니”                                            농민들…육묘업체에 보상요구, 소송도 불사
김동훈 기자 / 입력 : 2011년 07월 11일(월) 16:4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정읍의 A육묘업체에서 과일썩음병이 발생한 모종을 공급해 수박잎에 검은 반점들이 생겼다.

   

▲모종의 뿌리가 고사했다.

 

 

 

 

 

 




고창의 일부 수박농가들이 “육묘업체가 병든 모종을 공급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병해는 수원에 본사가 있는 종자회사와 정읍의 A육묘업체에서 공급한 씨드리스(씨없는 수박) 품종에서 발생했다.

고창군농업기술센터는 6월 14일(목) 병해가 발생한 아산면의 5농가에서, 죽어가는 잎과 줄기를 채취해 전북농업기술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5농가 모두 과일썩음병(세균성)으로 밝혀졌다. 씨드리스 품종은 올해 고창에서 59농가가 46.4헥타르를 재배하고 있으며, 이번 피해는 17농가 9.7헥타르에서 발생했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수박농가들은 정읍의 A육묘업체에서 병든 육묘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모종을 받을 때부터 노란 반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A육묘업체는 병든 육묘를 공급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6월 14일(목) 종자회사·육묘업체·고창군청 담당자 등이 참석한 현장 점검에서, 종자회사는 모종을 갈아엎고 한 달 뒤 다른 모종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한 달 뒤까지 기다릴 수 없고, 어떤 병인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육묘업체는 농약을 뿌리고 수확이 가능할 경우 내년 모종값의 50%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농가들은 이 제안은 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건강한 모종을 길러도 농사를 장담할 수 없는데, 병든 모종을 길러야 한다는 제안을 받을 수는 없었다.
이 날의 협의는 결렬됐다.

그런데 A육묘회사는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처방약을 무상으로 나눠줬고, 농가들이 병을 대부분 치료했다”며 “일부 농가들만 농약을 치지 않고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육묘회사는 병해가 발생하자 종자업체에 보고는 했지만, 전북농업기술원에 검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 또한 병든 모종을 공급한 뒤에는, 6월 14일(목) 농가에게 세균성 무름병이라며 농약을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고창수박시험장의 노재종 박사에 따르면 “수박에는 무름병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게다가 6월 24일(금) 과일썩음병으로 밝혀졌으니, A종묘업체는 잘못된 농약을 처방하고서는 “병을 대부분 치료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종자회사는 “A육묘업체에서만 세균성 병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읍의 B육묘업체에 따르면 “자신의 육묘장에도 병해가 나타났으며, 확인된 즉시 모종을 뽑아내고 새 모종을 길러 공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연히 종자회사에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육묘업체가 새로 공급한 아산면의 한 농가에서 과일썩음병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종자회사와 육묘업체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또다른 육묘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모종에 세균성 병해가 발생하면, 당연히 종자회사에 보고를 해야하는 구조이다”라고 밝혔다.
 

과일썩음병은 어떤 병인가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과일썩음병은 종자로 전염되며 어린 모종에서 발명이 시작된다. 세균성 질병이므로, 감염된 모종에서 다른 모종으로 감염되며, 바로 죽지 않고 생육하다가, 과실이 성숙하기 직전에 전형적인 병징을 나타낸다. 과실에는 처음 암록색의 작은 원형 반점이 점차 커지면서 열매 전체를 덮으며, 결국은 구멍을 내어 과일을 썩게 만든다. 

국내에서는 상세하게 역학 조사가 된 사례가 없지만, 1987년 경북 달성군에서 큰 피해를 내었다. 국립과학원에 따르면, 등록되어 있는 약제는 없으나 동제와 항생제를 살포하면 약간의 효과는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야채다업연구소에 따르면 “정식 후에 하는 방제는 효과적이지 않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수박시험장 노재종 박사는 “국내에서는 과일썩음병의 약제에 대해 시험한 적이 없다”며 “다른 세균성 질병과 마찬가지로 병이 발생하면 2년 정도는 박과 작물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과일썩음병에 대한 대책은
육묘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박을 수확 때까지 길러보고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가들은 “병든 모종을 공급했기 때문에, 보상을 먼저 약속해야 기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과일썩음병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정식 후의 방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2년여 동안 박과 작물을 키울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종자회사와 육묘업체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산면의 수박농가인 박삼중 씨는 “육묘업체가 병든 모종을 알고도 보냈다는 것, 제대로된 사과 한 마디 없다는 것, 면피용의 부적절한 대응책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제대로된 보상 대책이 없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산면의 5농가 외 나머지 12농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동제나 항생제를 뿌려 일시적으로 병을 잡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일썩음병은 잠복해 있다가 과일이 성숙하기 직전에 전형적인 병징을 보이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균성 질병이 발생하면 2년동안 박과 작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므로, 2년동안 계속 불안한 가운데 작물을 재배할 수밖에 없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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