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숫자가 결국 고창복분자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고창의 최고 먹을거리하면 복분자와 풍천장어를 꼽는데, 거꾸로 복분자 수매가격이 최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고창 복분자의 질이 낮아졌는가? 아니다. 농가, 행정, 농협, 가공업체 어디서든 고창주민들은 모두 고창복분자의 맛과 질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답은 하나다. 농민 스스로 희생하거나 농민을 희생시키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농민의 희생을 통해 이런 부당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체·가공업체의 입장 작년에 복분자 수매가격이 6500원이 된 것은 주류업체·가공업체의 입김이 가장 거셌다. 몇몇 업체들이 논의를 주도했다. 영업이 어려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수매가격을 거의 동결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결국 이것은 올해 가공업체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업체들은 복분자이력제를 통해 730여톤의 복분자를 원했지만, 470여톤밖에 받지 못했다. 업체들은 작년에도 농협에서 가공업체가 원하는 만큼 복분자를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가공업체 대표는 “그동안 싼 수매가격의 유혹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농민이 살아야 하고, 수
가격이 높아야 수매량도 늘어나서, 가공업체는 원하는 만큼 복분자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의 경우 8000원을 적정선으로 판단했다. 또한 “농협에서 작년과 올해, 가공업체의 희망물량을 우선 공급해야 하는 복분자이력제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농협에 수매권을 주었으므로 농협이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의 입장 농협은 2008년·2009년 복분자 수매와 관련, 적자를 감당했다. 넘치는 복분자를 가공업체가 받아주지 않아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가공업체의 주장과 달리 작년에는 업체공급량을 잘 협의해서 원만하게 끝났다고 주장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수매량이 많고 시세가 낮을 때, 가공업체가 모르쇠하면 농협이 적자를 본다. 수매량이 적고 시세가 높을 때, 가공업체는 많은 물량을 원하지만 농협은 공급할 물량이 없다. 악순환이다. 신뢰가 깨진 측면이 있고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2008년·2009년 복분자가 남아서 농협 스스로 판매처를 뚫어야 했다. 따라서 2010년·2011년 그 판매처와의 신뢰도 있고, 농협에도 일정부분 생과 주문량이 있어, 그것을 해소해야 한다. 가공업체들이 올해만 떼어 얘기하지 말고, 요 몇 년의 과정을 함께 돌아봐야 얘기가 풀린다”라고 말했다.
농가의 입장 : 평균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고, 복분자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복분자 농사가 힘만 들고 이윤도 안 남는다는 것이다. 생산비도 안 나오니 수지가 안 맞는단다. 수매가격은 요지부동이나 마찬가진데, 인건비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인건비가 총매출의 20%를 넘기면 안 되는데, 올해는 35%를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수매가격은 올해 순창에서 7000원 할 때 고창은 6500원이었다. 장마기간이라 중급이 많았으니 5900원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농가는 “이제는 수매가격이 9000원은 돼야 타산이 맞는다. 수매가격이 올해처럼 매겨지면, 양질의 복분자는 수매되지 않고, 계속 질이 떨어지는 복분자만 수매될 것이다. 재배 포기하는 농가도 점점더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고창 복분자의 명성도 잃을 수밖에 없다. 뭔가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같은 경우는 소득을 보전해 줘야 돼고, 앞으로는 수매가격을 올리고, 복분자 직불제도 실시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행정의 입장 : 고창군청 김영환 담당은 “수매가격이 3년 동안 동결돼 있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져 있다”며 “농가·농협·주류업체·가공업체가 동의한다면, 수매가격을 포함해 복분자이력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가든, 농협이든, 가공업체든 “행정에서 먼저 방안을 제시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이 먼저 움직여야, 행정의 의지가 있어야 대책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강수 군수는 지난 7월 20일(수) 군정답변에서 “재배면적을 확대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제품가공에 필요한 충분한 원물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아무런 대책없이 내년을 맞는다면, 내년도 올해처럼 될 공산이 클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재배면적은 8% 감소됐고, 농가수도 11% 감소됐으며, 수매량도 11% 감소됐다. 거기다 삼재가 겹쳐 수확량 자체가 대폭 감소해 농가의 소득 또한 대폭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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