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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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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이라는 역사뒤집기를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떠들더니, 급기야 우리의 얼과 애환이 서린 ‘아리랑’을 자기네 국가지정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난리다.
우리의 민요 ‘아리랑’이 언제부터 불려지기 시작했고, 어원이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어원이나 역사는 중요하지 않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를 대표하는 민요요, 한민족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일제에 대항하던 독립운동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왔고 침략자들에게는 반항정신의 기준이 되어 왔으며 민족의 자존심인 ‘아리랑’을 지금은 듣기조차 어렵다.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들도 외국 민요는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데, 우리의 애절한 가락인 ‘아리랑’은 외면당한다.
2000년대 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한다는 권고를 하였으나, 문화재 지정을 담당하는 위원회에서 가히 역사에 남을만한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아리랑’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 ‘노들강변’도 ‘천안삼거리’도 지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보편성 논리다. ‘아리랑’ 만큼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가락 가락마다 감동으로 다가오며, 세계가 인정하는 민족 대표민요는 아닐지라도, 우리 국민이 좋아해서 즐겨 부르는 ‘노들강변’과 ‘천안삼거리’ 모두, 다소(多少)와 보편성의 이유를 따지지 않고 함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더라면, 엉뚱한 중국이 자기네 민요라고 우기는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과거 일본인들은 우리 산야의 야생초를 불법체취 해다가 약간의 변형을 통한 새 품종으로 만들어 세계에 수출했다. 위대한 우리의 국가기관들은 일본에서 개종된 품종을 수입해서 화단에, 도로가에 환경개선용으로 열심히들 심었다. 국가기관이 앞장서는데 가정집이라고 예외일 수 없고, 그와 같은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애착심도 역수입의거부감도 없이 말이다.
집적회로 기술이 세계 톱이라는 자랑과 함께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의 생산 수출에는 목숨을 걸면서도, 정작 지켜내야 하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술잔 속의 태풍이다. 눈 감으면 잃어버리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임을 ‘동북공정’과 ‘아리랑’, 하찮은 야생초에서 배우고 있음에도 ‘나몰라’라다.
고창은 누가 뭐래도 문화의 본 고장이다. 지역의 어디를 파도 쏟아져 나오는 유형문화는 물론이고 판소리와 농악, 그리고 면면히 내려오는 ‘행동하는 선비정신’은 우리의 자랑이요. 훌륭한 자긍심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문화의 파괴를 봐야하고, 젊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소중한 무형문화도 외면받기 일쑤다.
고창에 전자포 사격장이 들어온다고 해서 군민모두 힘을 모아 반대하고 있다. 소음피해와 찢어지는 산하, 조금도 이익 될 것이 없는 비생산적인 일에 반대운동을 하는 것은 ‘행동하는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고창사람들의 참 모습이라 할만하다. 당연한 애향을 지역이기주의라 폄하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이 사태는 새삼 지난 일을 생각게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업이었던 프로젝트까지 끝까지 반대한, 과거의 일부 행동들은 과연 순수한 애향에서 비롯했을까? 정치논리 내지는 편협주의에서는 아니었을까? 혹시나 미래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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