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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이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 사이 열린 공간이어야 하는 이유
이대건 기자 / 입력 : 2011년 08월 22일(월) 15:0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재미있는 한국어>
울산교육연구회 편
우리교육, 2009년

그런데 책 이야기가 아니에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책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혹은 책 이야기도 되려나요? 얼마 전 정충일 선생님의 부음(訃音)을 전해 들었어요. 『모르는 마을』이라는 그림책 이야기를 하면서 글 마지막에 ‘이 책을 책마을에 선물한 정충일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하고 썼어요. 그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이야기예요. 지난 달 마지막 날, 중대병원 영안실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동료들과 선후배, 제자와 자녀, 형제들을 만나고 말았어요. 그와 책마을의 짧은 인연을 이 귀한 자리를 빌어 소개합니다.

선생님은 고창에서 태어났어요. 고창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거쳐, 교단에 서셨지요. 윤리과목을 담당했던 선생님은 1980년대 말 교육현장의 민주화가 한창일 때, 맨 앞에 서셨어요. 세상의 불의에 비분강개하던 선생님의 강직한 성격, 우리 사회를 뒤바꾸는 큰 흐름을 나몰라라 할 분이 아니었어요. 그때 선생님은 중대부고에 계셨고, 함께 교편을 잡던 아내와 함께 해직되고 말았어요. 아들과 딸을 둔 가장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은 ‘생활고’였어요. 한때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잇기도 했어요.

그러다 뜻있는 교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우리교육’이라는 출판사에서 어려운 마케팅 부문을 맡아, 출판을 통해 건강한 교육운동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어요. 물론 선생님은 다시 복직이 되었지요. 복직한 뒤, 선생님이 가장 신경 쓴 것이 ‘학교도서관’이었어요. 그래서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학도넷)’라는 단체를 만드는데 앞장섰어요.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이 2009년 여름 학도넷 임원연수에서예요. 그 연수를 고창 책마을에서 가졌구요. 그 즈음 고창관련 카페에 ‘고창에 생기는 동화마을에서 어린이책, 도서관, 출판계의 거물들이 모인다’는 내용이 도배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 도배의 주인공 정충일 선생님을 책마을에서 만났어요. 고창에서 작은도서관과 책마을을 만들려 한다는 후배에게, 그는 정말 무한한 성원과 고마움을 보여주셨어요. 그 뒤 학교도서관 관련 모임이 있는 자리에서 가끔 선생님을 뵈었지요.

지난 해, 책마을에서 큰 행사를 치렀어요. ‘책마을 버들눈도서관 만들기 캠프’예요. 100여명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이 모여 1박2일 일정으로 책놀이며 도서관 꾸미기, 장서 정리 같은 일들을 도왔어요. 그때 선생님은 함께 자리하지 못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한끼 점심을 책임져 주셨어요(동생 분이 운영하는 남경장에서 알찬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뒤에 알았어요. 그때 이미 선생님의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 직후 학교를 그만두었고, 유사 파킨슨씨병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몸을 의탁하셨어요. “국악고 3학년 작은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고창 책마을에 내려가 살고 싶다고 하세요.” 학도넷 사무국장 김경숙 선생님이 전해준 말이었어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선생님의 부음을 받았어요. 올곧게 참다운 ‘가르침’의 길을 걸었고, 책안에서 도서관에서 그 뜻을 이어가길 원했던 한 교사가 아내 곁으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선생님이 『모르는 마을』과 함께 책마을에 전해준 책이 한권 더 있어요. 『재미있는 한국어』,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교재’라 부제가 붙은 책이에요. 책마을이 문화와 문화가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스스럼없이 지내는, 열린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시 느껴져요.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이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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