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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숙 (고창여성농업인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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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메일을 열어보니 잊고 지내던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5년 전 우연히 우리 센터를 찾아왔던 인류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다. 그 당시 학교 수업의 연장선으로 교수님과 학생들이 고창을 방문하여 조사활동을 하던 중, 이 친구가 우리 센터를 방문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연락을 주고받다가, 다음해에는 1박2일의 어린이 캠프 때 교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80여명의 짓궂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곤 헤어졌는데 잊을만하면 홈페이지에 들어와 글을 남기며 소식을 전하더니,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며 안부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번에 나오면 꼭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엊그제 정말로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 영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고 한국에서의 짧은 일정동안 할 일도 만날 사람도 많을 텐 데, 연일 제치고 서울서 일부러 먼 길을 찾아와준 이 친구가 참 고마웠다.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와 런던에서 유학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하고 학업에 매진하며 꿈을 키워가는 학생이 참 대견해 보였다. 그리고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자연히 관심이 가고, 인류학이라는 생소한 학문도 궁금하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이 짧은 만남의 순간에도, 우리 센터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해서, 같이 우리 지역 아이들과 영어캠프나 펜팔, 진로상담 등을 고민해봤다고 했다. 내년에는 함께 고창을 방문하고 싶고 1년에 한번씩은 꼭 오겠단다. 그리고 우선 쉽게 추진할 수 있는 펜팔을 제안했다. 그가 함께 공부하고 있는 50여개국의 외국인들과 이곳의 청소년들에게 일대일 펜팔 관계를 맺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의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진로상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참 좋은 생각이다. 이 친구 덕에 우리 지역의 청소년들 몇 명이라도 세계의 뛰어난 석학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것도 인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니 조금은 기대할 만하지 않은가! 바로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먼 길을 찾아온 이 젊은 친구에게서,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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