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패션, 역사를 만나다》 정해영 글·그림 창비 / 2009년
|
우리는 종종 그가 차려입은 옷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해요. 차림과 사람이 꼭 매한가지일 수는 없는데도, 눈에 보이는 것이 먼저다 보니, 그렇게 된답니다.
책마을 ‘자료관’ 공사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어요. 2층 건물의 1층 교실 두 칸과 복도를 손보고 있어요. 받침목이 삭아 주저앉은 바닥 나무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공그리’를 쳤어요. 시멘트 옷을 입힌 거예요. 그러느라 대형 펌프카 두 대와 레미콘 차가 분주히 들락거렸어요. 이렇게 크고 작은 공사를 할 때나, 예취기를 돌리든 일상의 일을 할 때, 책마을 사람들의 옷차림은 상일꾼 차림이에요.
오늘 이야기할 책은 『패션, 역사를 만나다』예요. 제목대로 옷차림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엿보면서 우리 인류의 역사를 함께 살피는 책이죠.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해서, 최근 힙합패션까지 이어져서 장장 5000년을 아우르는 이야기랍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답니다. 어떤 학자들은 역사를, ‘요새 사람들이 늘 다시 쓰는 부스러지기 쉬운 이야기’라고 보기도 해요. 이 책처럼, 옷차림이라는 하나의 열쇠말을 통해 역사를 살피는 방법도 있구요.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살피면, 옷을 만들고 입고, 아끼던 사람들의 솜씨와 마음씨, 매무새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답니다.
이 책이 역사를 접근하고 바라보는 방식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구성방식’이에요. 각각의 장마다 큰 옷 그림을 보여주고, 그 시기 역사 이야기를 짧고 구성지게 들려줍니다. 목이 댕강 잘린 실제 크기의 사람 그림 때문에 흠칫 놀라게 되는데, 이런 ‘파격’이 오히려 시선을 모으게 해요.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정보가 가득 차 있어요. 우리가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먼저 얼굴을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만약 첫 장에 얼굴을 다 보여주면, 지은이가 말하려고 하는 ‘옷차림’은 뒷전이 되겠지요.
다음 면은 그 시대를 누빈 사람들의 옷차림 이야기와 그 시기를 대표하는 ‘패션리더’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불러와요. 그 다음 펼침면은 그 시기 옷차림과 장신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려운 외래어 표기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작은 글씨, 낯선 활자를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일러스트 그림들과 선을 잇대 친절하게 정리한 해설을 천천히 따라가면, 왠지 알싸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잡지스타일로 잔뜩 변화를 준 펼침면 한바닥까지, 쉴새없이 한 시기의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져요.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옷차림 이야기가 모두 서양 사람들의 것이라는 거예요. 얼른 우리 옷차림 책이 나와서, 우리네 어머니들이 ‘한땀한땀’ 새겼던 솜씨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래요.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