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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일 (전교조 고창지회장 고창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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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1일 결국 구속 기소됨에 따라, 이번 사건이 서울의 교육 개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 개혁 추진에 혹시나 악재가 되지 않을까, 많은 이들로 하여금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시 교육위원 9명은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 없는 서울 교육 혁신’을 제안했지만, 여러모로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후 치열한 법정 공방에 따라 곽교육감의 ‘선의’에 대한 법의 심판이 뒤따르겠지만, 곽 교육감이 구속 기소에 이르기까지 언론과 검찰이 보여준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나, 수구 보수 진영의 대응 태도,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말들을 들어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나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내 자신도 이중의 잣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지 고민해 보았다. 만약 내가 반대하는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감이어도 지금과 같은 안타까움을 유지할 것인가? 솔직히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면 냉소(冷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나는 곽교육감의 ‘선의’를 ‘대가성’ 여부를 떠나 냉정하게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는 도중에 모 인터넷 일간지에서 곽교육감을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김근태 의원을 함께 비교한 글을 보았다. 어느 쪽은 돈을 주었고 어느 쪽은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스스로 밝혔다는 것과 함께, 상황의 불가피성과 더불어 ‘악한 죄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나쁜 놈!’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뇌물 사건이 터지면 비리 사례가 줄줄이 엮여 있고, 그로 인한 대가성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죄질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정도로 저열하고, 그 방법 또한 교묘하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끝까지 부인하다가 결국 토해내듯이 얘기한다. 그래서 뇌물 사건이 터지면 많은 사람들은 ‘나쁜 놈!’ 하고 속으로 되뇌이는 것이다. 하지만 곽교육감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로 선거비 보전에 관한 문제는 지금의 선거 제도가 유지되는 한 늘 지적되어 왔던 문제였고 공공연한 ‘관행’이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돈 있는 자’만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현행 선거 제도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가 여부는 곧 판단이 나겠지만, 만약에 나도 곽교육감의 입장에서 상대방 후보가 선거 결과로 인해 빚에 쪼들려 인간적으로 힘겨워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냥 지나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더욱이 일정한 선거 연합을 합의하고 용퇴한 후보였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행 선거제도에 있지, 곽 교육감의 선거비 보전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곽 교육감의 행동은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았고, 국민들의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지금 우리의 논의는 곽교육감 사건에 대해 ‘그럼 그렇지…’ 또는 ‘어쩔 수 없어, 모두가 똑같아’ 라는 식의 논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애초부터 원했고, 추진했던 교육 개혁의 열망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계속 유지하며 이번 사건의 진행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역사의 과거로 곤두박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안철수 바람이 그것을 반증한다고 보면 그 또한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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