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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열 (고창문화연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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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은 참 멋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필자는 특히 해리의 명사십리의 사구와 심원 고전리에 있는 넓은 갈대밭과 염전 등을 좋아한다. 이곳을 가는 길은 주로 아산으로 해서 해리를 가는 길을 택하곤 한다. 현재 고창에서 해리의 동호리까지는 4차선의 도로가 건설 중에 있다. 아마 이 도로가 완공이 되면 고창읍에서 해리 동호까지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차로 30분만 달리면 충분히 갈 수 있다.
필자는 가족들과 선운산 방면의 미완성된 4차선 도로를 자주 달린다. 그런데 이 도로를 달리는 차량 보기가 쉽지 않다. 옆 자리에 있는 아내는 “여보! 이렇게 교통량도 없는데, 왜 도로는 4차선으로 만들고 있지? 그리고 앞으로 고령화 사회라 더욱 차량은 줄어 들 텐데”라며 걱정스럽게 말한다. 일본인인 아내의 눈에 비친 선운산의 4차선 도로는 분명 낭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건설한 곳에서는 지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간시설을 계속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긴 필자도 이 도로를 달리다보면 그 편안함과 직선도로라는 것 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어 좋다. 또한 이 도로들에는 신호등이 거의 없어 막힘이 없다는 것도 좋다. 하긴 차량의 통행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신호등을 만들었다가도, 신호등에 막히는 시간을 줄이고자 로타리식으로 바꾸고 있으니 신호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도로의 확충은 고창읍의 집중화 현재 고창군의 면소재지에 우회도로가 건설된 곳은 대산, 성송, 흥덕, 해리, 아산, 부안 등 이다. 면소재지 외곽으로 우회도로를 만들면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도시는 도심의 교통정체와 공해를 해소할 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곽순환도로를 필수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고창에도 적용이 될까? 고창과 담양 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니 고창의 경제권 빠르게 광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고창군내에 4차선 도로와 우회도로를 만드니 고창군의 교육, 문화, 경제가 빠르게 고창읍에 집중되고 있다. 고창군내 면소재지는 고창읍의 성장에 따라 정체되고 있고, 농어촌의 행정중심지로서의 기능조차 상실되고 있다. 고창읍에 집중하니 면단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읍내로 들어온다. 즉 낮에는 시골의 논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고창읍내로 들어오는 가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창군내 촌락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고창읍내는 집이 부족하여 집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고창읍내의 집값은 이미 정읍을 넘어 전주와 비슷하다고 한다.
우회도로는 면소재지 경제 황폐화 고창군내의 면소재지마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나 분식들이 있다. 해리의 송편, 무장의 호빵과 꽈배기, 성송의 푸짐한 짜장면, 흥덕과 성내의 냉면 등은 고창의 유명한 먹거리 중의 하나이다. 우회도로가 없을 때에는 마음먹지 않아도 눈에 띄니 자연스럽게 차를 멈추고 가서 사서 먹게 된다. 그런데 우회도로와 4차선 도로가 생기니 필자는 고창의 면소재지 먹거리 생각에 잠시 입맛이 생기다가도 어느새 사라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 생각에 차의 속도를 높여 버리고 만다. 그러면 잠시 동안의 입맛 다심의 겨를도 없이 고창읍내에 도착해 신호대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면소재지에 우회도로가 없었다면 아마 지나 가다도 아이들 생각에 꽈배기라도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오가면서도 5분이면 고창읍내에 들어가니 그냥 참고 지나쳐 버린다. 아이들은 우회도로를 달리니 뭔가 사달라고 조르고 싶어도 상황이 안 되니 포기한다. 고창읍으로의 집중화는 고창군 시골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농촌에 살면서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교육시설, 의료시설 등 뭐 하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가려면 고창읍내로 나와야 한다. 바다가 좋아 해리에 살고 싶어도 해리에 이러한 시설들이 없다면 누가 이곳을 살고 싶어 하겠는가? 귀농귀촌정책은 면소재지가 살아야 성공한다.
교통사고의 위험성 증가와 대책필요 우회도로와 4차선 도로는 사고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4차선 도로는 보통 시속 80km이상 달린다. 이렇게 빨리 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고가 많아 질 수밖에 없다. 고창은 농업이 주산업이라 많은 저속의 농기계들이 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시골의 연령층은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이러한 4차선의 도로는 시골 어르신들의 논과 밭을 갈라놓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골의 어르신들에게 4차선상의 마을정거장으로 건너는 것은 목숨을 거는 위험한 행위이다.
지금까지의 한국사회가 빨리빨리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슬로우 라이프(Slow Life)의 시대이다. 슬로우 라이프의 삶은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넓은 도로와 잘 닦인 도로는 자동차를 모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지 현지의 사람과 자연에 대한 진정한 배려는 아닌 것 같다. 도로를 건설할 때는 정확한 교통량의 예측과 환경영향평가 및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미적 요소를 생각하면서 했으면 좋겠다. 특히 빠른 속도로 달리는 4차선 위를 건너야할 시골어르신들과 저속의 농기구에 대한 사고위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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