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한벌에 2천원에서 5천원, 예쁜 신발도 팔고, 앙증맞은 머리핀도 팔아요. 새책도 있고, 헌책은 세트로 사면 사은품도 드려요.”
고창문화의 전당 앞 ‘차 없는 거리’에 지난 13일 나눔장터인 ‘주말 벼룩시장’이 열렸다. 장터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돗자리 좌판에는 아이들이 커서 못 입히는 깨끗한 헌옷과 아이들의 주얼리가 되었을 듯한 알록달록하고 예쁜 머리핀,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을 헌 동화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렸다.
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은 어린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에게 덤을 주겠다며 유혹하기도 하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른 아이는 오백원만 깎아달라고 흥정을 붙이기도 했다.
제법 가격이 제법 나갈 것 같은 전자제품도 단돈 2만원에 팔렸다. 너무 싸게 파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꼬마상인은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요”라고 말한다. 꼬마상인은 물건을 파는 주인의 입장보단, 물건을 사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상품의 가격을 정하고 있었다.
안 쓰는 중고물품을 팔아 용돈을 벌겠다고 벼룩시장에 나온 아이가 마음에 놓이지 않아 함께 따라 나왔던 엄마·아빠도 걱정과는 달리 능숙하게 장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견스러워 했다.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한 주부는 “집에서 답답하게 있는 것 보단, 함께 나와서 아이들과 같이 놀고, 경제적 개념을 심어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터 중간엔 텃밭에서라는 노천카페도 마련됐다. 헌 이불과 헌 옷을 재봉질 해 예쁜 의자보도 만들고, 탁자보도 만들었다. 탁 트인 풍경과 그윽한 커피향은 가을 분위기를 더욱 짙게 했다.
노천카페 옆에는 귀농인들의 고창농산물 장터도 열렸다. 직접 생산한 고구마, 고춧가루, 땅콩, 배 등을 고창의 신선한 농산물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벼룩시장은 마을 협동조합인 ‘노랑’에서 마련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문병무씨는 “당분간 노는 토요일을 이용해 한 달에 2번 정도 주말장터를 열 계획입니다. 고창에 사는 개인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하는 기부와 나눔이 있는 문화장터로 만들어가려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노랑마을협동조합은 오는 19일 월곡택지에 마련된 상설매장의 오픈식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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