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핵발전소 4호기 증기발생기 내부의 전열관 23.4%(전체 1만6428개 중 3847개)가 손상되면서, 핵발전소 사고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울진핵발전소 4호기 정비과정 중 증기발생기 내부의
전열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3847개의 두께가 얇아지거나 균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11월 30일(수) 밝혔다.
울진4호기의 전열관 재질은 니켈·크롬·철 합금인 ‘인코넬-600’이라는 제품인데, 영광핵발전소 1~6호기 또한 전열관으로 ‘인코넬-600’을 사용하고 있어, 울진4호기와 동일한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열관 속에는 고온고압수(섭씨 320도, 압력 150기압)가 흐르는데, ‘인코넬-600’은 높은 열과 압력을 받으면 부식과 균열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싸지만 부식과 균열에 강한 ‘인코넬-690’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은 원자로의 냉각수가 통과하는 관으로 냉각수 열을 터빈에 전달한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전열관이 깨지거나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면, 핵연료 안에 있는 방사능 물질이 새어나오는 대형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냉각수가 다량 누출되면 원자로를 식히지 못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대형 참사도 벌어질 수 있다.
울진4호기 전열관은 예전에도 몇 차례 말썽을 일으켰다. 실제로 2002년 4월 핵발전소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하는 순간, 증기발생기의 전열관이 깨져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전열관 속의 냉각수가 13분간 45톤이 누출되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한수원은 손상된 전열관이 발견되면, 보통 관 자체를 폐쇄하는 ‘관 막음’ 또는 관 속으로 직경이 작은 보조관을 삽입해 수리하는 ‘관 재생’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전체 전열관의 약 25%가 손상됐다는 사실에 그 심각성이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울진 4호기가 9월 9일부터 정비에 들어갔는데, 원래는 10월 15일에 끝나는게 일정이었다. 그런데 10월 13일 한수원은 정비기간을 늘린다는 발표만 했다”며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전열관 폐쇄 허용치를 8%→10%→18%로 올리다가 결국 언론에 공개하게 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12월 1일(목) 성명서에서 “철저하고 엄격한 운영만이 핵발전소 사고 위험을 낮출 뿐”이라며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인코넬-600’을 사용한 증기발생기의 전면 교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재질을 사용하는 영광1~6호기와 울진3호기도 조속히 가동을 멈추고 증기발생기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울진4호기는 내년 4월까지 가동을 멈추고 전열관 정비를 계속하고 있다. 한수원은 12월 중에 ‘전열관 손상 원인’과 ‘증기발생기 교체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지난 12월 8일(목) 고리핵발전소 김모(48) 팀장을 납품업체 10여곳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2월 12일(월) 서울 강남구 라마다호텔에서 ‘핵발전소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1991년부터 2011년까지 핵발전소 주변지역 등에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설명회는 해당 지역설명회를 생략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항의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또한 정부는 12월 안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위한 후보지를 울진·영덕·삼척 3개 지역 중에서 선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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