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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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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스 리스먼'은 '고독한 군중'이라는 저서에서, 인간들은 타인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로부터 격리되지 않으려 애쓴다고 진단하면서, 겉모습과는 달리 내면적 고립감에 번민하는 군중이 곧 현대인의 자화상이라 했다. 물론 그의 저서가 50년대의 것으로 현재와는 상당한 괴리(乖離)가 존재한다 해도, 상실의 아픔에 고통스러운 지금의 노인세대에게 공감의 진리로 다가온다.
급격하게 닥쳐온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의 영향은 필연적으로 핵가족을 만들었고, 의학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은 사망 율을 저하시키면서 기대수명을 늘려 황혼기의 삶을 연장시켰으나, 지난세월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들 공부시키며 국가 경제발전에 까지 초석이 되었던 지금의 노인세대는, 먹고사는 일이 최대의 명제였기에 노후를 준비 할 수 없었다.
혹자는 노화를 웰 에이징(Well-Aging)의 긍정적 가치로 남은여생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여건이 좋은 배부른 사람들의 특권일 뿐, 대부분의 노인들은 뼈아픈 상실과 육체의 약화, 사회적 위축을 경험하며 산다.
젊어서는 갈 수 있는 길이 많아서 선택의 폭이 넓어도, 나이가 들면 길은 한없이 좁아진다. 길은 좁은데 잃어버린 것은 너무도 많다. 딱히 해야 할 일도 없고 친구 불러 한잔하려야 돈도 없다. 날이 갈수록 몸뚱이는 쇠잔해져 정상인 곳을 찾기조차 어려우며, 오손 도손 정다웠던 자식들은 모두 떠나버리고, 빈 둥지를 지키는 늙은 부부뿐이다. 부부라도 남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별이 오면 남은사람은 그때부터 지옥의 고통이 시작된다.
세속의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봐야 어쩐지 불안해서 주도적 역할은 고사하고, 비벼대 참여한 가장자리조차 불편하여 사회공동 주제에서 소외되어 버린다. 말 그대로 '군중속의 고독'이다. 말수는 적어지고, 하느니 혼자서 추억을 관조하며 헛된 망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어쩌다 눈 비오는 날이면 울어주지 않는 전화가 한없이 원망스럽고 전화를 걸어보려 해도 막상 걸 곳이 마땅치 않다. 한심하다 못해 서러운 일인데 '웰 에이징'을 떠벌인다.
정치인들과 자치단체장들은 선거철만 되면 노인세대의 양산이 불러온 사회적 문제를 쾌도난마(快刀亂麻)로 해결하여, 일시에 이상향의 동산을 건설 할 듯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본질의 파악도 하지 못하며,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 같지도 않다. 노인 일자리는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려는 지적영역이 아니라, 뜨거운 햇볕아래 잡초를 제거하고 휴지를 줍는 등의 육체적 일 뿐이고, 의료보험도 가장 필요로 하는 치과와 MRI 등은 보험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국민연금은 쥐꼬리고, 평생 모은 작은 금액의 이자로 살아가려해도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에, 노인을 위한 특별금리 등 배려함은 전혀 없이 이자에 세금이 붙어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 그래서 노인의 운명은 질곡의 고통이다.
무엇인가 빠져버린 것을 바라보며 사는 인간은 외롭다. 하지만 천차만별의 복잡한 사회에,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 몫이다. 주변을 향하여 아무리 눈을 흘기고 원망해봐야 소용없다. 주어진 대로 맞춰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마치 각본대로 움직이는 어릿광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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