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2.5배 높다는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2월 12일 서울 강남구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원전 주변 5킬로미터 안에 사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전이 없는 일반지역에 비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핵발전소에서 5~30킬로미터 떨어진 근거리 지역에 사는 여성도 대조군보다 1.8배 높아, 핵발전소에 가까울수록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서울대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에 의뢰해 부산 고리, 경북 월성·울진, 전남 영광 등 4개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 1만1367명, 근거리 지역 1만323명, 대조군 1만4486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16년 동안 장기추적조사를 벌인 결과이다. 1989년 영광핵발전소 경비원 부인이 두차례나 ‘뇌 없는 태아’를 유산한 사건을 계기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결과를 보면, 여성의 갑상선암은 핵발전소 주변 주민이 인구 10만명당 1년에 61.4명, 근거리 주민은 43.6명, 대조군 주민은 26.6명이 발병해 거리별로 차이가 났다. 갑상선암은 방사선에 의해 가장 자주 나타나는 질환으로,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직후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에서 수만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 유방암의 경우도 1.5배 높았다.
하지만 정부측은 “여성 갑상선암의 높은 발병률이 핵발전소 때문인지는 확인돼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윤욕 교수(서울대 연구소)는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건강조사 사업이 벌어졌기 때문에, 암 검진 횟수가 늘어 갑상선암이 더 많이 발견됐을 수 있다”는 다소 애매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는 “갑상선암이 방사선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발생률이 높은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핵발전소와 암발생률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비약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또한 “대조군 지역도 매년 암 검진을 받는 등 핵발전소 영향이 아니라고 단언하기 힘들다”며 “높은 갑상선암 발병율을 볼 때, 자료의 공정한 해석을 위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민간 검증위원회 구성’과 ‘해당지역 주민설명회’를 요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도 “검증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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