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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그 불편한 진실
정일 기자 / 입력 : 2012년 01월 16일(월) 12:1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정일(전교조 고창지회장
고창고등학교 교사)

지난 연말에 발생해 우리 사회를 강타한 학생 자살 사건, 성폭력 사건이 새해가 되어서도 가라앉지를 않고 총체적인 학교 폭력의 문제로 그 논쟁이 발전되고 있다. 주로 강력한 체벌과 징계를 이야기하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강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처방인 것 같다. 경찰 쪽에서도 구속 수사 원칙, 형사 처벌 연령 낮추기, 학교 경찰 도입을 말하며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학교 폭력이 일상화된 원인이 마치 유약한 규제에 있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는 한마디로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학교폭력은 범죄이며, 범죄에 대한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 예방의 기능을 갖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임기응변식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며, 적절하지 않다.


엄벌 대책만이 능사가 아니다.
학교에서 간혹 만나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들 처벌의 정도가 약해서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상대방보다 힘이 있다는 전제 하에 자신의 잡다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일방적인 힘의 남용이기에 이는 전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힘들어 할 줄 몰랐어요.’ 라는 말에서 가해자들의 속생각의 일단을 알 수 있다. 서로 배려하며, 상대방과의 공감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과정이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쉽게 할 수 없었겠지만, 문제는 지금 학교가 그런 부차적인(?) 곳에 신경 쓸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온종일 대학 진학을 위한 학과 공부에만 매달려도 부족한 마당에 친구 문제나, 가족 문제, 기초적인 학업 능력 확보에 대한 고민을 깊고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소수 우수 학생들의 학과 공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학생 모두의 일상적 삶을 얘기하면서 각자의 장래를 계획하는 것임에도, 막상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하루하루 살기에도 바쁘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가 거대한 경쟁 체제라는 것과 일부의 승자만이 대접받는 분위기라는 것이 대다수 학생들의 소외를 낳고 있고, 학교와 가정, 사회는 소외된 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따라서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 대책만으로는 현재의 학력 폭력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아이들을 파악하고 아이들과 소통을 위한 시스템 확보가 관건
그렇다고 입시 경쟁 교육 체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 그 길은 멀고도 먼 길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현재 아이들의 상처와 고민을 보듬는 일일 것이다. 교사들의 일상 업무를 줄여서, 이탈의 원인이 되고 복귀의 장애가 되는 기초 학업 능력 부족 해결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더불어 반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줘야 하며, 이의 전문적인 지도를 위해 학교별로는 상담 교사를 시급히 배치해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있고, 이에 따른 학교의 일상적인 지도가 가능해야 한다.

단위 학교 교과 과정에서도 지금의 어려운 여건에서나마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봐야 한다. 특히 갈수록 줄어드는 예체능교육에 대한 재고(再考)가 필요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을 의미 있게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도 자녀와의 소통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이나 일주일 중 일정한 시간은 반드시 자녀와 자연스럽게 지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녀들이 부모와 안정적으로 소통이 된다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지역 사회에서도 가정이나 학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아이들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지금이라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지역 학생들의 건전한 여가와 취미 활동을 위한 지원을 통해 지역 학생들의 건강한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 지역은 이 부분에서 특히 부족한 것 같아 평소 아쉬운 마음이 크다.

요즘 같은 때는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평소 손 내미는 선생이 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으로 못나고 더욱 안타깝다. 아이들의 폭력이 혹시 나의 폭력을 따라 배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나의 무기력함과 죄인된 심정은 차마 내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다 어른들 잘못이고, 나같은 선생들의 잘못이다.

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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