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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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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 왔다. 이런 계절이면 으레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간디, 루쉰, 체 게바라, 백범 선생 등등 수많은 얼굴들이 정치라는 이름 뒤에서 어른거린다. 이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정치를 개인적인 치부나 세속적인 출세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첫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정치를 개인적인 직업으로 여기지 않고, 인류 전체를 위한 봉사의 마당으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들을 진정한 정치인이라 불러주며 눈물겹게 회고한다.
정치란 누구나 알다시피 불편하게 구부러진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때문에 진정한 정치인은 정치 자체가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는 꿈에서도 해보지 않는다. 직업정치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이때의 직업은 이미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그런 직업이 아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등 이런 엄중한 질문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며 괴로워하는 그들에게 세속적으로 적당히 돈이나 벌고, 패거리 작당해서 적당히 권력이나 누리며, 그렇게 사시라고 한다면 그들은 아마 칼을 물고 엎어지겠다고 할 것이다.
진정한 정치인은 이미 닦여져 있는 길을 걷지 않는다. 금은보화 아니라 별별 것들이 보장되어 있어도 그 길을 외면하고 새로운 길을 뚫고자 한다. 그야말로 간난신고, 어렵게 어렵게 새 길을 뚫고 나면 그 길에 앉아서 영화를 누리는 게 아니라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뚫고자 한다. 그러면 새롭게 뚫린 그 길은 어떻게 되는가.
선배들의 피눈물 나는 노고를 물려받은 후배 정치인들은 유감스럽게도 대개가 못난이들이다. 꿈에 떡 얻어먹기로 가끔 걸출한 인재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백에 아흔아홉은 정치 자체를 사유재산으로 파악하는 변종들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백범 김구 선생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느니, 체 게바라의 정치철학을 전공했다느니, 문학적인 감수성을 정치에 접목한 루쉰의 정신으로 정치를 살맛나게 하겠다느니, 간디의 비폭력 정신으로 통합을 이루겠다느니 등등 따위 허황된 수사학으로, 유권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데나 열심을 팔 뿐, 진정한 정치란 대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을 일러 브로커라고 칭하기도 한다. 실제로 직업 정치인과 브로커의 차이는 아슬아슬하다. 면밀하게 분석하자면 아마도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많을 것이다. 직업 정치인과 브로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집요하게 앞뒤 분간을 잘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일단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기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자기가 정한 규칙마저도 과감히 무시해 버린다.
선거의 계절에 접어든 우리나라 정치판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걸신이 따로 없고 걸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제까지 함께 해 온 정당에서 공천장 하나 안 주었다고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 그제까지 특정 정당의 고문 등으로 책임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공천장 하나 안 주었다고 토라져서 탈당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사람들, 이렇게도 걸신들린 듯이 껄떡거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을 틈은 이미 없어 보인다.
선거의 시기에 유권자의 권리는 제법 많은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딱 한 가지뿐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쳐대는 저 사람이 지금 걸신에 들렸는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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