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결과, 핵발전소 주변지역(5㎞ 이내) 주민에게서 타지역 주민보다 갑상선암(여성) 2.5배, 유방암(여성) 1.5배, 위암(여성) 1.2배, 간암(남성) 1.4배, 위암 1.3배 발생했지만,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한수원·용역사는 “핵발전소와 암발생률이 관련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는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8월 21일(화) 오후 1시30분 상하면 농어민교육관에서는 ‘핵발전소 주변 지역주민 암 발생 역학조사 결과 고창지역 설명회’가 열렸다. 한림대 의과대학 주영수 교수(‘핵 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 학술위원장)가 강사로 초청됐으며, ‘핵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준)’과 ‘핵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 주최로 7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설명회를 들었다.
이 역학조사는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서울대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에 의뢰해 부산 고리, 경북 월성·울진, 전남 영광 등 4개 핵발전소 주변지역(5㎞ 이내) 1만1367명, 근거리지역(5㎞~30㎞) 1만323명, 대조군(30㎞ 이상) 1만4486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11년 2월까지 20년 동안 장기추적조사를 벌인 결과이다. 1989년 영광핵발전소 경비원 부인이 두차례나 ‘뇌 없는 태아’를 유산한 사건을 계기로 조사가 시작됐다.
이 역학조사 결과와 관련해 두 번의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하나는 작년 12월 12일 서울 강남구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 주최의 주민설명회이며, 다른 하나는 올해 5월 11일 카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주최의 춘계학술대회였다. 이 학술대회에서 고창설명회에 강사로 온 주영수 교수는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역학조사 결과의 핵심은 “핵발전소 주변지역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대조지역보다 2.5배 높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냐는 것이었다.
용역사인 서울대 의학연구원의 안윤옥 책임교수는 (작년 12월 12일 주민설명회에서) “다른 암들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고, 여성 갑상선암은 통계적으론 의미가 있었지만, 핵발전소 방사선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왜냐하면 “핵발전소 방사선이 영향을 미쳤다면, 방사선 관련 암이 주변지역에서 모두 높다든가 하는 경향성이 있어야 하지만, 다른 암들의 경우 갑상선암과 같은 경향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핵발전소와 여성 갑상선암은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 갑상선암이 2.5배나 높은 이유는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를 더 많이 했기 때문에 발병율이 아니라 발견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주변지역 주민들과 김익중 교수(동국의대) 등은 “연구자들은 주변주민의 여성 갑상선암 ‘발견율’이 높다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이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연구 결과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변지역의 발견율이 높다고 주장하게 되면, 논리적으로 여성 갑상선암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암들도 같이 발견율이 높게 나와야 하므로, 용역사의 주장에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당일 용역사측이 이런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이 2.5배 ‘발견’된 것이 아니라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로써 확인됐다. 한림대 의과대학 주영수 교수는 올해 5월 11일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주영수 교수의 발표는 학회의 공식인정을 받은 내용이지만, 안윤옥 교수의 발표는 주민설명회 발표이므로 학술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첫째, 용역사의 연구방법이 주변지역과 대조군의 차이를 희석시키는 방식이었음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주변지역의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은 대조군과 비교해 분명하게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김익중 교수는 “갑상선암이 방사선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발생률이 높게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여성 갑상선암이 통계적으로 의미있다는 것에 더 신뢰를 둬야지, 다른 암들이 통계적으로 의미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둘째, 갑상선암의 경우 핵발전소에 가까이 살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경향성을 입증했다. 5㎞ 이내에 사는 사람들은 5㎞~30㎞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갑상선암이 발생하고, 또한 5㎞~30㎞에 사는 사람들은 30㎞ 이상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갑상선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셋째, 따라서 핵발전소와 갑상선암 발생의 관련성이 입증된 만큼, 다른 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주영수 교수는 이번 고창지역 설명회에서 “핵발전소와 갑상선암 발생의 관련성이 입증된 만큼, 다른 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며, 암 관련 피해보상, 무료 건강검진 등의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번 역학조사가 (방사능에 민감한) 20세 미만과 암 환자 등이 제외됐으며, 관찰기간이 5~6년에 불과한 대상자들도 통계에 포함되는 등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조사기간을 늘리고 연령을 다양화하면 더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준)’ 윤종호 회원은 “여성 갑상선암의 경우 5㎞~30㎞ 지역 또한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5㎞ 이내 뿐만 아니라 30㎞ 이내 지역도 핵발전소와의 관련성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핵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준)’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고창군내 반핵 운동의 의지를 모아 9월 중에 ‘핵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이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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