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과 2003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들을 입혔던 태풍 ‘루사’와 ‘매미’에 맞먹는 초강력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바짝 긴장했다. 강풍을 동반한 15호 태풍 볼라벤. 태풍의 규모와 세기, 그리고 예상경로에 만만치 않은 피해가 우려됐다. 더욱이 볼라벤보다 앞서 생성된 14호 태풍 덴빈이 바로 뒤따라 올라오는 상황이어서 피해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학교들은 자체 휴교령을 내렸고, 주민들은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간판을 손보는 등 시설물 단속으로 태풍에 대비했다.
# 태풍으로 아수라장이 된 고창
강풍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많은 피해를 입혔던 볼라벤은 빠른 속도로 이동해 지난 28일경 고창에 당도했다. 육지를 거슬러 오면서 세력이 다소 약화되었다지만, 평균 초속 36~37m(최대풍속 37.7m, 총강우량 75mm)의 강풍을 유지하며 엄청난 위력을 과시했다.
강풍은 하루종일 계속 되었다. 거리 곳곳의 조립식 건물과 간이창고들이 강풍에 뜯기거나 무너져 내렸고, 간판, 도로표지판, 가로등, 가로수 등은 쓰러지거나 뽑혀 도로를 가로막았다.
들판에 설치된 시설하우스의 비닐이 대부분 찢겨져 앙상한 철골만 휑하니 드러냈고, 일부 하우스들은 통째로 날아가 인근 도로에서 나뒹굴었다. 축사지붕도 통째로 뜯겨 가축들이 연신 불안에 가득 찬 울음소리를 냈다.
강풍에 날아간 합판이나 강판, 하우스철골, 쓰러진 나무 등은 고압선을 절단하고, 변압기와 개폐기 등을 망가뜨려 오전 9시경부터 밤 11시경까지 고창전역의 전기공급이 수시로 중단되었다. 흥덕 등 일부지역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전기가 공급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고 복구가 채 마쳐지기도 전인 지난 8월 30일. 이번에는 볼라벤보다 먼저 생성됐지만, 세력에 밀려 대만주위를 돌다가 뒤따라 올라온 14호 태풍 덴빈이 물폭탄을 퍼부었다. 덴빈이 고창에 뿌려댄 강우량은 평균 170mm(흥덕 최고 226mm)가량. 장대비는 하루종일 계속되었고, 하천물은 급속히 불어나 일부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볼라벤의 강풍에 피해복구를 미처 마치지 못한 곳은 덴빈의 물폭탄으로 추가피해까지 겹쳤다.
# 위험했던 순간들
“지붕이 뜯겨져 나갔어요. 나무가 부러지고 쓰러졌어요. 비닐하우스가 날아다녀요” 여기저기에서 다급한 전화들이 걸려왔다. 강풍을 동반한 제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상황을 알리는 목소리들이었다.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덧씌운 동백아파트의 지붕강판이 볼라벤의 강풍을 견디지 못해 통째로 뜯겨 아래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아래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이 밑을 지나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중학교 아래 도로 옆의 철골 비가림 시설은 강풍에 쓰러지고, 그 아래의 철재와 강판으로 만들어진 한 간이창고는 통째로 날아가 이웃집 차고벽면을 때렸다. 고창읍에서 고창IC로 나가는 도로와 공설운동장에서 석정온천 진입도로, 현대아파트에서 아산방향으로 나가는 외곽도로 등에 심어져 있던 소나무 가로수 수십여 그루는 줄줄이 쓰러지거나 부러져 도로를 가로막으면서 차량통행을 불안하게 했다. 아산면 성기마을 옆을 지나는 도로에는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날아와 지나는 차량 앞을 가로막아서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30일에는 덴빈의 폭우로 고창읍 상월마을은 마을 옆을 지나는 마을하천이 범람하고 넘친 물이 마을길을 뒤덮어 119구조대에 의해 주민 10여명이 대피했다. 고창천은 다리교각 바로 밑까지 물이 차올라 하천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신림면 신촌마을에서도 급속히 불어나는 하천물의 위협에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했다. 성송면에서는 양사저수지의 제방이 일부 유실되어, 제방붕괴가 우려됐지만, 포크레인과 토사를 담은 톤백 등을 이용한 신속한 대응으로 붕괴위기는 모면했다. 이 저수지 아래에는 다수의 양계농가들이 있어서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 민관군 주말도 반납한 채 복구에 총력
태풍 제15호 볼라벤으로 인해 지난 8월 29일까지 집계된 고창군의 피해는 총 4600여건의 크고 작은 피해들이 접수됐다. 특히 인삼밭이나 시설하우스, 축사, 벼 등의 피해가 많아 농축수산분야의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군은 예상 피해금액이 300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이은 태풍으로 군청과 소방서, 경찰서 등은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해 피해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폭풍을 동반한 덴빈이 지나간 뒤인 31일부터는 주말도 반납하고 본격적인 피해복구지원에 나섰다. 각 사회단체들도 복구지원에 팔을 걷어 힘을 보탰다. 엿가락처럼 구부러진 시설하우스를 철거하고, 쓰러지거나 부러진 가로수를 바로 세우거나 베어냈다. 날아간 축사의 지붕도 보수하고, 넘어진 도로표지판도 다시 세웠다.
그러나 피해규모가 워낙 크고 방대해 복구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복구일손은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군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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