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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현재’에서 찾는 책의 미래, 책마을의 미래
고창(高唱), 책읽는 소리를 찾아 ⑨
이대건(고창책마을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30일(일)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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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누구든 자신과 세상 사이 관계맺기를 튼실하게 만드는 소리이다. 해피데이고창은 고창책마을과 함께 책과 독서의 공간을 찾아, 책·사람·책읽는 공간의 이야기를 지상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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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에서 만난 서점 |
추석 명절 앞둔 책마을의 가벼운 몸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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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 농사학교 |
몇 개의 태풍 속에서 안절부절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추석이 코앞에 놓였다. 책마을 앞바다에 실낱같은 초승달이 오르면 바다는 제 몸을 가장 깊이 뭍으로 밀어냈다가 뭍에서 가장 멀리 돌아간다. 그렇게 밀려오고 밀려가기를 몇 차례, 차차 달의 몸이 불어나고 있다. 이제 한가위가 머지않은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고창 책마을에서도 가벼운 몸단장이 한창이다. 여름이며 태풍 물러가고 제철 가을을 책마을과 나고 싶은 손님들, 추석을 보내기 위해 고향을 찾은 나성초등학교 동문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책마을은 나성초등학교에 만들어지고 있으니, 그 동문들의 추억이 새록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벼운 몸단장’은 교문 주변부터 태풍이 휩쓸며 풀대밭이 된 운동장과 교사주변 제초작업이다. 태풍으로 날아간 지붕도 일부는 땜질해 비 가림이라도 하게 했다. 쓰러진 수십년 수령의 나무들도 토막내 정리하거나, 그 가운데 히말라야 시다는 가지를 쳐내고 포클레인을 불러 일으켜 세웠다. 모양이 볼품없지만, 내년 봄 새잎을 돋우리라, 함께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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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리 토이박물관. |
파주 예술인마을 서점, <동화나라> |
몸 단장 한창인 이때, 반가운 손님들이 책마을을 찾았다. 그 한사람이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에서 <동화나라>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정병규(52세) 대표다. 그는 또 파주북시티(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예술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이이기도 하다. 매년 철마다 고창에 들러, 책마을에 머물며 고창 구석구석을 누비는 이다. 책마을 박물관 자리에 서가를 짜기도 하고, 애써 모은 귀한 자료들을 나누어 보내기도 한다.
우리 이웃 광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80년대 후반 출판사(편집-디자인)에 취직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그가 관심을 둔 출판영역이 어린이책이었다.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어린이책의 현실은 참 열악했다. 눈 밝은 독자들도 많지 않았고 출판사들도 대부분 외국 서적을 수입해 번역출판에 매달리던 시절이었다. 그 때부터 1990년대에 이르도록 그는 생각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어린이책의 기획과 생산, 유통에 심혈을 기울인다. 바야흐로 ‘토종’ 그림책의 전성기 토대를 쌓은 장본인이다.
우리나라 출판의 품격을 높인 프로젝트 몇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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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나라 책마을 서가 짜기 품앗이. |
그가 참여한 굵직한 프로젝트 가운데는 우리 그림책 작가들을 격려하고 작가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원화전시회’와 ‘어린이책전문서점 운동’이었다. 앞의 원화전시회는 붐을 형성하며 크고작은 도시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저 그림쟁이에 불과하던 그림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정당한 비평과 함께 제대로 대접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 덕이었던지 한국의 그림책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으로 자리잡는다. 권위있는 이태리 볼로냐도서전에서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그림책과 작가에 우리 작가와 책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어린이책전문서점 프로젝트는 ‘서당’과 같이 토종냄새가 나는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작은 서점을 말한다. 전국 중소도시까지 서점을 냈을 정도로 어린이책 보급과 가치형성에 이바지했다. 이 때 서점의 개념또한 전혀 새롭게 바뀐다. ‘서점-책을 사는 곳’에서 ‘서점-책 문화를 누리는 곳’으로다. 먼저 좋은 책을 가려 뽑아 매대에 올린다. 좋은 책의 기준은 당시 활발했던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읽는어른모임 들에서 뽑은 목록이다. 그리고 원화전시, 작가와 만남 같은 북콘서트 형식의 작은 모임을 연다. 책읽기 모임이 만들어지고 모임을 통해 소식지를 만들거나 공연을 기획하고 서점 이용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린다. 생태관련 책을 읽고는 저자를 불러 함께 지역 안으로 생태여행을 떠난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 우리 어린이책 시장을 괄목할만하게 성장했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으니, 당연히 출판사들이나 작가들의 질도 높아가며 한편으로는 과열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헤이리 예술인 마을, 각종 박물관 사이 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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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나라 캐릭터, 삽살개 반달이. |
다시 파주 헤이리의 <동화나라>다. 동화나라에는 주인먼저 서점의 캐릭터인 삽살개 반달이가 반긴다. 아이들의 친한 친구다. 서가에는 주인장 내외가 가려뽑은 좋은 책이 빼곡하다. 서가에 펼쳐지는 책의 면면을 통해 우리나라 출판의 현재를 가늠한다. 그러니 늘 새로운 책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책 뿐이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눈으로, 손으로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캐릭터 인형들도 서가 곳곳에 놓였다. 동화나라 아래층은 전시전용공간이다. 예술인마을 안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물론 그림책과 그림책 캐릭터들의 전시가 대부분이다. <동화나라>가 있는 헤이리는 어린이놀이터 ‘딸기가 좋아’, 아프리카박물관, 근대박물관, 인형박물관, 영화박물관, 장난감박물관으로부터 농사박물관(쌈지텃밭과 쌈지농부)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 안에서 서점의 좌표가 명확하다.
고창이라는 천연 박물관과 책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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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나라 전시, 무민 캐릭터. |
고창에도 몇 개의 서점이 있다. 근대적인 개념의 서점 는 <전자책>이었다. 책의 미래가 어떤 길을 향할지 풍향계를 살피는 묵직한 주제였다. 전자책의 시대, 책과 서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융합>이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독자가 모이고 그 안에서 ‘저자’가 만들어지고, 가려 뽑은 책의 저자가 찾아오고 그들과 지역의 독자가 만나는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는 공간, 책이 무형의 산물로 다시 태어나는 시대에 찾는 근본적인 책과 서점의 ‘책무’다.
고창이라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 거기서도 서쪽으로 끝에 놓인 해리면의 나성, 그리고 책마을. 고창의 사람들은 대개 ‘접근이 어려워서’라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책의 문화를 꽃피웠던 정병규 대표는 말한다. ‘바로 그 점이 책마을의 장점이고 미래다.’ 책마을을 숙소로 놓고 구시포에서 동호까지 해안길을 따라 만나는 바다가 품은 무수한 것들, 갯벌과 일몰, 사구와 해당화 같은 것들의 볼거리와 이야기. 곰소만의 갯벌, 천일염과 자염, 진채선의 판소리, 서정주 시인의 격조, 감탄을 자아내는 꽃무릇 군락의 화려한 자태로부터 철마다 새 옷으로 치장하는 선운산과 선운사. 조금 멀리로는 운곡습지, 고인돌군락과 고창읍성으로 이르는 하나의 생태축.
이 천연의 박물관은, 문득 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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