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이골 사람들이 떠난 묵논으로 옹기종기 고여 드는 물, 습의 땅 저절로 자연으로 돌아간 *운곡람사르습지에서 산새들이 먹물주머니를 터트려 노래를 만든 후 짠물 들락거리는 연안바다 펄을 포기한 귀한 *낙지다리를 만나다. 흡반은 아예 떼어내, 그 자리마다 작은 꽃을 달고 낙지다리를 파란하늘로 쭉 펴들고 있었지 가끔 나무뿌리 밑에 호사스런 집을 짓고 사는 수달이, 뒤뚱뒤뚱 오리걸음 걸어 나왔다가는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헤엄치며 살랑살랑 꼬리 젓고 높은 나뭇가지에서 말똥말똥 눈을 굴리는 말똥가리, 무시무시한 발톱과 부리로 카리스마 내보이며 힘찬 두 날개로 비상하는 저 거침없는 활강 괭이 어미인가, 표범 새끼인가 삵이다. 바위굴에서 나와 어깨에 힘주며 어슬렁거리다가 노루 놓치고 멧토끼 사냥한 후 사납고 거칠게 포효하는 이해 못할 묘한 울음처럼 대개는 인간 등살을 피하고 싶은 생명들이 천국이다, 찾아와 즐기는 유희를 엿보는 낙으로 사는 개울가 언덕배기에 낙지다리, 정말 낙지樂地다
*운곡람사르습지 : 아산면에 소재한 운곡습지가 세계적인 ‘운곡람사르습지’로 지정받음(2011년 4월 7일)
*낙지다리 :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 해살이 풀로 습한 곳에서 자라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다. 초여름에 황백색의 작은 꽃이 낙지다리처럼 총상(總狀) 꽃차례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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