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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 할머니당산과 칠성신앙(七星信仰)
이병열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01일(목)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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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리자석에 기도하는 아이
중거리 할머니당산과 성혈(星穴)
고창읍 중거리(中巨里)는 지금의 중앙동과 안거리 일대로 광복 후 서부리에 속하다가 중앙동으로 개칭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백제 때 모양성이 축조된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저자거리가 형성되어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하여 생긴 마을이라는 설도 있다. 중거리에는 원래 가족당산이 있었지만, 지금은 길거리의 할아버지당산과 할머니당산이 남아 있다. 할머니당산은 할아버지 당산에서 정남으로 40m정도 떨어진 골목에 있다. 중거리의 할머니당산과 같이 돌이 서 있다는 뜻에서 이를 선돌이라 부르며, 이외에도 입암(立巖)이라고도 부르며, 지역에 따라서는 구지바위·할머니탑·할아버지탑·돌장승·수구막이·수살장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거리 할머니당산은 시기적으로는 선사시대의 조형물로 추정되나, 그 설립 시기는 알 수 없다.

한편 중거리의 할머니당산은 어느 시기 누군가에 의해 잘 새겨 놓은 북두칠성이 있다.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 북두칠성의 원류를 도교나 불교 혹은 중국에서 온 것쯤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믿는 이유는 도교나 불교 등에 기록된 북두칠성의 문자가 근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에게는 문자가 있기 이전부터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바위에 자세히 새겨 놓았다. 즉 선사시대 암각화와 고인돌에 새겨진 수많은 성혈들은 이미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 존재했던 우리 선조들의 천문지식이다. 예를 들어 운곡리에 거대한 고인돌 세운 그들은 엄청나게 무거운 돌을 맨손으로 옮기면서 어렵게 세웠다. 고대 고창인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렵게 옮긴 돌에 구멍을 뚫는 일을 한 것일까? 그들이 남긴 성혈을 별자리라고 말한다면 너무 그들의 자연과학지식을 과대포장 하는 것은 아닐까? 하여간 중거리 할머니당산이 고인돌시대의 고인돌과 같은 시기에 새워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선돌의 성혈은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었음에는 틀림없다.

   
▲중거리 할머니당산의 북두칠성 성혈
우리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서 칠성신께 빌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늘 새벽마다 뒤뜰 장독대 옆에서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두 손 모아 열심히 빌었다. 어머니가 정화수를 떠놓고 빌 때, 누구에게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비는지 몰랐다. 성장하고 이제 우리 문화에 대해 조금 알게 되니 어머니가 소원을 빌던 대상이 바로 칠성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의 칠성신은 내 어머니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살았던 모든 분들의 신이었다. 지금은 미신이 되어버린 우리의 신! 칠성신.

우리 어머니들은 이 칠성신에게 액운을 물리치고, 자손이 번창 하고, 만수무강하기를 소원하며 정성껏 빌었다. 칠성굿에서도 처음부분은 득남과 자녀를 낳아달라고 기원하고, 중반부에서는 가족들의 수명을 길게 해달가고 빌며, 후반부에는 자녀의 부귀를 기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칠성신은 인간의 탄생과 수명을 관장하고 비를 내리게 하고 재물과 소원 성취를 비는 우리의 주체신이었다. 우리 칠성신은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신앙이었다. 칠성신은 선사시대 고인돌의 덮개돌, 선돌에 북두칠성 문양을 새겨져 남아 있으며, 역사시대인인 고구려고분의 벽화 천정에도 새겨있다. 고창 대산에도 성혈이 새겨진 고인돌이 있다.

이러한 것을 보면 북두칠성은 인간의 길흉화복뿐 아니라 사후세계까지도 관여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이 죽으면 돌아 가셨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바로 우리가 왔던 본향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는 말이었다. 북두칠성은 우주의 중심별이며, 인간의 삶과 죽음, 즉 생명과 영혼의 고향별이었다.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북쪽 하늘의 큰 별자리인 큰곰자리는 우리나라에서 일 년 내내 관찰된다. 즉 국자 모양을 한 7개의 별로 된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의 허리와 긴 꼬리에 해당한다.

칠성신앙은 곰신앙과 더불어 선사 이래 지금까지
중거리 할머니당산은 한국인의 땅과 물의 지모신(地母神)인 고마(곰님)에게 빌어 생명 탄생과 죽음을 빌던 성스러운 성소였던 것이다. 지금도 상거리에는 아들당산의 북쪽에 타원형의 큰 돌이 있는데, 이 돌이 아들 당산목의 제단석 또는 기자석(祈子石)으로 불리는 득남을 기원하는 태석(台石)으로 보존되고 있다. 하거리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득남을 하기 위해서는 밤에 몰래 나와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렇듯 고창의 당산들은 읍내의 풍수적 비보성격이 강하였지만 이와 더불어 광명정신, 곧 태양숭배의 칠성신앙으로 선사시대 이래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신앙으로 지금까지 끈질기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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