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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축제 ‘마라톤’으로 이뤄지는 국제교류
나카무라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30일(금)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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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수가 2012년 10월 노벨상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것이 한국에서도 넓게 보도되었다. 갑자기 유명해진 야마나카 교수이지만, 정형외과의 시절에는 수술이 서투르고, 동료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해외유학 중에는 우울증에 걸렸고, 귀국한 후에는 실험용 쥐 사육만을 맡았다.
그도 과거에는 그렇게 많은 좌절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도 수상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의 단독 인터뷰에 응해 한국의 젊은 과학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연구에 있어서 실패가 없으면 성공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한국사람도 일본사람과 마찬가지로 실패를 매우 무서워하고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실패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지금부터 더 많이 실패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젊은 시대의 실패가 미래의 성공을 만들어 준다.”
기쁜 이야기지만, 먼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노벨상 수상자 야마나카 교수는 올해 4년째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일본인 마라톤러너 다쯔미 이쿠오(辰巳郁雄) 씨의 출신 고등학교 2년 후배라고 한다. 다쯔미 씨는 작년 해피데이고창의 인터뷰에 응해 주었고, 고인돌마라톤의 매력과 가능성도 말해주었다. 또한 <세계의 런(RUN)>이라는 일본 마라톤 잡지의 기획인터뷰에도 고인돌마라톤을 홍보해주거나 해서, 아무튼 고창군에 있어서는 상당히 고마운 분이다.
다쯔미 씨에 의하면, 그 모교의 교육 분위기는 몹시 자유로웠다고 한다. 시험 같은 것도 가끔 감독자 없이 치뤄지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학생 사이에는 부정행위가 일어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이하는 다쯔미 씨가 쓴 글이다. “야마나카 교수의 독창적인 연구의 토대는 자주성을 존중하는 모교의 교육 분위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돌아서 나 자신을 보면, 노는 것에만 자주성을 발휘하면서 인생의 중간 반환지점을 통과한 모양입니다.” 겸손한 다쯔미 씨 다운 말이다.
다쯔미 씨의 본직은 신문기자이다. 한국에서 길게 산 경험은 없지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고창 이외의 한국 마라톤도 많이 경험하고 있다. 러너로서 달리면서 길가의 자원봉사 스텝이나 마을의 풍경을 사진에 찍어, 각지에서 그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일본의 마라톤계에서도 드문 “달리는 카메라맨”이다. 달리면서 러너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발상이 그야말로 모교에서 길러진 “자유로운 발상”에 그 뿌리가 있을지 모른다.
다쯔미 씨가 그 시작에 깊게 관여한 도쿄유메마이마라톤(東京夢舞いマラソン)이라는 마라톤대회가 있다. 고창고인돌마라톤클럽과 몇 년에 걸쳐 한일교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년 고창의 러너들이 일본에서 그 마라톤을 달리고 있다. 이 마라톤이야말로 확실히 제한이 없는 마라톤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는 경쟁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개념마저 떼어 버렸다. 이 대회는 타임(시간)마저 재지않는 마라톤대회이다. 마라톤 코스를 특별히 만들어, 일부 도로를 봉쇄한 상태로 달리는 마라톤이 아니다. 러너들은 신호까지 대기하면서 일반보도를 달린다고 한다. 그런 상식을 넘은 마라톤대회가 해외에는 있는 것이다.
다쯔미 씨는 “러너 시선으로 찍은 사진” 전시전을 각지에서 열었다. 필자는 작년의 고인돌마라톤대회에서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러너 이외에도 마라톤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러너 아니라도 옆에서 러너에게 성원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는 그 사진을 보고 시민마라톤은 확실히 “현대에 있어서의 축제”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축제는 한국 각지에서 열리는 명산물을 테마로 한 “00축제”와 같은 견학형의 축제가 아니라 “오거리당산축제”와 같은 주민참가형 축제의 뜻이지만.
다쯔미 씨들과 고창의 마라톤러너들의 친밀한 교류를 보면, 일부 사람들은 “형제의 인연”을 맺은 것 같아 보인다. 마라톤이라는 공통항으로 묶인, “축제” 속에서 느끼는 일체감이 나라의 벽을 가볍게 넘어가게 해주는 것인가. 한국 각지에서 많은 국제교류가 행하여지지만 형제의 인연까지 맺을 수 있는 교류가 도대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시작으로 언급한 야마나카 교수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실패의 경험만큼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적극적으로 실패하자고 도전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 형제가 많은 가정의 아이들인 것 같다. 정만 통하면 남과 바로 형제가 될 수 있는 것이 한국사람의 장점이자 최강의 무기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사회에 있어서는 그것이 이제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러나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 한걸음 나가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가치관에 접해, 넓은 시각을 획득하기에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문화 이해, 가치관 공유와 같은 어려운 언어를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제와 같이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한다. 딱딱한 생각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친한 국제교류를 하는 마라톤러너들의 모습은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인다. 고창에서 영어강사를 했던 어떤 외국인이 다른 지역으로 옮긴 후, 고인돌마라톤 때문에 그날 고창에 다시 돌아와 마라톤을 즐기는 것을 아시는지? 앞으로도 이 우호관계가 오래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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