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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和而不同)
김경식(연정교육문화연구소) 기자 / 입력 : 2013년 01월 11일(금)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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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새해를 맞이하고 보면, 지나온 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것이 우리의 의식이다. 우리는 불과 십수일전 대선을 전후하여,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 남북으로, 동서로, 계층 간으로 그리고 세대 간에 갈기갈기 찢어진 모습을 보았다.

이러고 보니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서로 어울려 화합하되, 패거리를 지으며 부화뇌동 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이 되새겨진다. 이 말씀은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공자께서는 제자들에게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다른 점을 일러주시면서 “군자는 서로 어울려 화합하되 패거리를 지으며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지으며 부화뇌동하되 화합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고 하셨다.

군자는 벗을 삼아 살고, 소인은 동료를 이루어 삶을 꾀한다. 그래서 벗 사이는 서로 마음을 열고 주고받을 수 있지만, 동료 사이는 서로의 마음을 엿보고 떠보며 서로를 저울질하기 바쁘다.

벗 사이에는 이해(利害)가 끼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벗은 서로 배반할 줄 모른다. 벗이 서로 나누는 마음가짐이 화(和)이다. 화목, 화기, 화합은 모두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마음가짐이 아닌가. 그러나 동료는 처음부터 이해를 따져 한 패거리를 이룬 관계이다. 그래서 이로우면 만나고 해로우면 헤어진다.

소인은 이렇게 패거리를 지으며 부화뇌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소인들은 그때 그때 말을 바꾸기 마련이지 않는가?

겉으로 화목한 척하는 게 부화(附和)이다. 부화 역시 화목한 척하면서 상대의 허를 노리는 짓이니, 오히려 겉으로 드러내는 불화보다 더 더럽다. 뇌동(雷同)은 그냥 정신없이 패거리를 만드는 꼴이다. 소인배들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면서 제 식구, 제 패거리를 편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 조직 내에서 제 식구, 제 패거리 감싸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은 적을 만들고 조직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지, 어리석은 기관·단체장들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현실은 우정의 세상인가? 아니면 동료의 세상인가? 우리는 우정의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화이부동’의 정신과 그 실천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갈등을 눈 녹이듯 녹일 것이며, 지금 정치권에서 하나의 큰 주제가 되고 있는 ‘국민대통합’의 문제도 그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화이부동’의 삶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교육적 차원이다, ‘화이부동’하는 삶의 태도는 바로 군자의 모습으로, 이러한 군자의 교육은 <논어>의 여러 곳에서 공자는 말하고 있다. 원래 군자는 춘추 말기 공자가 그토록 기르려고 했던 선비(士人)의 표준이었다. 군자는 요즈음 말로치면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이다.

군자와 같이 ‘화이부동’의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련과업을 가져야 할 것인가? 적어도 다음과 같은 과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우선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학문(學文)을 넓혀가며 삶의 지혜와 지식을 확충해야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며, 진실을 추구하며 신뢰성을 견지해야 한다.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거짓을 수긍하는 것이며, 신뢰성을 배반하는 배신행위는 영혼의 단절이다. 그러기에 신뢰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성이 없는 자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경향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이나 비리 기업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지 않는가?

또 하나는 본(本)과 말(末)을 엄격히 구분해야한다. 가령 제사나 차례는 정성과 그 대상이 바로 내 앞에 있다는 정신으로 모셔야 하는데, 연휴가 있는 구정엔 친구들과 만나고 놀기 위하여 신정으로 차례를 변경한다거나, 제삿날을 출장간다고 맘대로 변경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본말을 구분 못하는 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동양적인 직분(職分)윤리의 내면화와 그 실현에 충실해야한다. 직분은 개인의 단체에 대한 관계도 아니며, 단체의 개인에 대한 관계도 아니다. 직분은 단체 내에 있어서의 개인과 개인과의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도덕의 기본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바와 같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군군신신부부자자)”는 경우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김경식(연정교육문화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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