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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흥흥, 학교도서관에서 옛 화려를 찾다
흥책망책프로젝트로 부흥하는 흥덕중학교 학교도서관
이대건 기자 / 입력 : 2013년 01월 31일(목)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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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사진가 교장선생님의 학교도서관 부흥프로젝트 | 그가 ‘흥책망책(興冊亡冊)’이라 했다. '책으로 흥하고 책으로 망한다'. 이 네 글자 사이에 빠진 의미를 채워 읽으면 다음과 같다. ‘책 읽으면 흥하고, 책 안 읽으면 망하느니’가 된다. 책으로 흥을 돋우는 이 네 글자 이야기가 거니는 마당이 바로 흥덕중학교. 어쩌면 게다가 같은 흥씨라니. 흥덕중학교 흥책망책, 흥흥흥, 발음을 입안에 굴리면 기분이 사뭇 좋아지는 재미난 문자속. 이 멋진 말솜씨를 부린 ‘그’가 바로 김판용 교장선생님. 2012년 가을학기부터 흥덕중학교에 부임한 그의 솜씨다. 흥책망책 프로젝트는 몇 글자 부제가 붙는다. ‘창의·인성함양을 위한’이다. 짧지만 담긴 뜻은 사뭇 크다. 그 사뭇 큰 부담을 세상의 모든 책한테 맡겨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김 교장선생님이 2013년 흥덕중학교 독서활동의 부흥을 내걸고 추진하려는 역점사업이다. 우리 야생초를 배경으로 꽉 찬 백두산 천지의 모습, 가슴을 뛰게 하는 대형 사진이 놓인 교장선생님 집무실. 김판용 교장선생님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인이며 사진작가다. 『꽃들에게 길을 묻다(2007)』같은 사진에세이와 시집, 체험교과서 등 여러 책을 지어냈다.

책으로 흥하는 학교, 책으로 신난 학생 | 슬쩍 엿보는 ‘흥책망책’. 세 가지 목적을 가졌다. 책읽기를 통한 꿈꾸기와 바른 인성을 머금는 것, 읽고 쓰기를 잘 해 논리력 뿐 아니라 창의력까지 키우는 것, 책에서 비롯한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학교문화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학교는 일단 ‘쌈지문고’를 설치한다. 쌈지문고는 복도 같은 학교의 빈 공간, 그러나 학생들이 꼭 지나치는 공간 몇 군데에 기증도서를 중심으로 만드는 작은 문고다. 책과 가까이에서 늘 책을 만지작거리게 하려는 의도다. 또 ‘독서우체국’을 운영한다. 독서우체국은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글쓰기를 재미있게 하려는 취지다. 디지털 차림의 홍수 속에서 손글씨, 손그림으로 신체성 깃든 아날로그 감성을 붙잡는 역할도 물론이다. 우체국은 학교 도서관 안에 놓이며 편지지나 엽서를 비치한다. 물론 무료다. 이렇게 모인 편지와 엽서는 2주에 한번 꼴로 실제 발송한다. 발송비, 또한 무료다. 마지막으로 ‘독서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독서활동에 참가해 쌓은 마일리지를 특별한 방식으로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그 소비 가운데는 대학 캠퍼스 탐방, 인문체육대회 참가, 문학기행 참가 등이 있다. 체육대회는 학기마다 두 차례, 대학캠퍼스 탐방은 봄에 1박2일, 문학기행은 가을 일정으로 열린다. 소문이 돌면 학부모도 서로 참여하려 할만치 군침 도는 ‘상품’이다.

흥책 프로젝트의 든든한 배경, 학교도서관 | 흥책 프로젝트의 든든한 배경이 있다. 지난 가을 새 단장을 마친 학교도서관이다. ‘가치를 빌리고 배려를 반납하는 곳’ 하,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손글씨. 도서관은 입식 열람대와 좌식열람대가 같이 놓여있다. ‘편안하게’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함성’이 소리없이 들린다. 벌써 남학생 몇이 푹신한 좌식 열람공간에서 뒹굴 듯 맘 편하고 몸 편하게 책을 읽고 있다.
흥덕중학교 학교도서관 지킴이는 장미영(49세) 선생님이다. 지난 7월부터 도서관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는 음악치료, 독서치료까지 여러 방면 내공을 쌓아온 전문가이다. 그가 생각하는 학교도서관은 ‘책과 노는 곳’이다. 나아가 지혜의 문을 열고, 마음에 쌓인 고민을 털어놓는 치유 공간이다. 책 상담, 고민 상담을 통해 그가 그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학생들의 책과 삶에 슬쩍쓸쩍 관여하다보니, 그에게 붙은 별명이 그럴싸하다. ‘잔소리대마왕’. 대마왕께서 학생들과 씨름하며 역점을 두는 프로그램이 ‘시외우기’이다. 벽에 싯구가 적힌 출력물이 여럿 붙었다. 짧은 시를 소리 내 읽고 외우면서 그 소리가 몸과 생각으로 각인되는 짜릿한 순환, 이것이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이다. 마침 교장선생님 또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현역’ 시인, 궁합이 찰지다.

흥덕, 옛 화려를 다시 품는 부흥프로젝트 | 고창에서 흥덕은 무장과 더불어 크디 큰 고을이었다. 조선시대까지다. 이제 그 명성이 가뭇없다. 1948년 1학급 흥덕학원으로 시작한 학교는 이제 8,000여명 졸업생을 뒤로 하고, 70여명 학생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가 화려할수록 그 그늘은 깊은 법, 작은 학교에서 그 과거의 화려를 추억하는 일은 부질없다. 그 그늘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다시 화려를 품는 것, 그것이 진정한 흥(興)이려니. 부흥(復興)이 무진무진 안개 피듯 일어나는 곳, 흥덕중학교 도서관이다.

 <백범일지>(김구 저·도진순 주해·돌베개) 문화의 세기라는 오늘, 100년을 되짚어 읽어도 막 지은 것 같은 책. 백범 선생의 예지 사이 생활의 위트가 엿보이는 이 책은 그 스스로도 문화 예술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문화생산자’ 김판용 교장선생님이 추천하는 책.
<살아갈 기적, 살아올 기적>(장영희 저·정일 그림·샘터) 끊임없이 피어나는 희망, 무한한 자기긍정의 힘을 느끼게 하는 이 에세이는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강단을 지킨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다. 그 스스로 받은 위안을 도서관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장미영 선생님 추천도서.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 선생님>(우리교육) 책에서 배우는 ‘함께’ 풀어가는 문제해결의 힘, <나무>(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무한 상상 공작소, <스피릿베어>(양철북) 폭력의 악순환을 극복하는 화해의 힘. 앞에서부터 박슬비, 문진희, 윤혜영 학생이 추천하는 책.

이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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