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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정책을 경축할 일이라니
민족정신과 역사의식은 어디로 갔나 / 의향의 고장, 동학농민혁명 발상지 맞나 / 군민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행사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28일(금)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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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은 오는 28일 ‘고창군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날을 경축하기 위해 고창군은 거리에 ‘태극기’와 ‘고창군기’, 그리고 ‘100주년 기념기’를 내걸고, 고창문화의전당에 군민들을 초청해 기념식을 갖고, 유명가수를 불러 축하공연을 한다.

일제 식민정책에 동조하는 ‘행사’

고창군이 ‘고창군 탄생 100주년’의 기점으로 삼는 1914년 3월 1일은 일제의 조선총독부 부군통폐합령에 의해 무장군·흥덕군·고창군이 통폐합된 날이다.

당시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 우리가 나라를 잃은 상황이었으며, 조선총독부령은 일제의 법령이었고, 행정 또한 일제의 식민지 상황이었으니 일제의 행정이었다. 따라서 당시 일제 조선총독부의 부군통폐합령에 의한 지방행정조직의 통폐합, 즉 일제의 이러한 만행은 우리 민족 치욕이자 수난사였다. 이러한 날을 경축하는 일은 지난날 자행되었던 일제 식민정책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행정의 주장대로 1914년 3월 1일이 ‘고창군 탄생일’이고 경축할 일이라면, 당시 3군 통합에 큰 기여를 했던 일제 조선총독부 1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후손이라도 초청해 ‘공로패’를 주어야 할 일이다.

민족정신과 역사의식 망각한 ‘역사왜곡’

고창이 행정적으로 ‘고창군’이라는 명칭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갑오개혁 때인 1895년이다. 이때 ‘현’으로 있던 고창이 ‘군’으로 승격되어 행정적으로 처음 고창군이라는 명칭을 썼다. 때문에 ‘고창군’의 탄생년도는 1895년이고, 100주년은 1995년이다.

그런데 행정에서는 우리민족 스스로 개혁을 단행해 탄생시킨 1895년의 ‘고창군’ 역사는 외면한 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무장군과 흥덕군이 고창군으로 귀속병합 된 1914년 3월 1일을 ‘고창군 탄생일’로 고집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역사왜곡이며, 민족정신과 역사의식을 망각하는 행태다.

의향이 지하에서 울 일

고창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 ‘의향의 고장’이라고 한다. 고창의 수많은 농민군들과 의병들은 일제에 맞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졌다. 당시 무장군에는 동학기포지가 있을 만큼 동학세가 컸고, 의병세가 강했다. 경제적으로도 3군중 무장군의 규모가 가장 컸으며, 지리적으로도 3군의 중심이었다.

때문에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제로 지배하면서 우리민족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저항의식을 와해시키기 위해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부군통폐합령을 실시했다. 이때 일제의 눈엣가시였던 무장군을 고창군으로 귀속병합시킨 것이다.
이러한 의도로 자행된 일제의 만행을 경축한다면 동학농민군과 의병들이 지하에서 울 일이다.

나무는 잘랐는데, 뿌리는 남겨

지난해 말 고창군의회의 몇몇 의원들은 이번 행사를 막기 위해 의회까지 파행시켜가며 예산 삭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초 집행부에서 이날을 기념하고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벌이기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의회에서는 명분 없는 사업이라며 9억5천만원을 삭감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기념식예산 5천만원은 깎지 못했다. 나무는 잘랐는데 뿌리는 남겨뒀던 꼴이다.

집행부는 이 5천만원의 예산으로 보란 듯 요란하게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관통로에 ‘태극기’와 ‘고창군기’, 그리고 ‘100주년 기념기’를 내걸었다. 경축을 위한 기념식과 유명가수가 출현하는 축하공연까지 준비했다. 이 뿌리를 어떻게 키우는지 보란 듯 말이다.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고창군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이번 ‘고창군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민족의식도 역사의식도 국가관도 없는 부끄러운 행사이다. 대외적으로는 전국적인 웃음꺼리다.

군민 모두는 이번 일을 되돌아보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 의향의 고장에 살고 있는 우리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마 방조자는 아닌지.
이제 6.2동시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에 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많은 인사들이 군수·도의원· 군의원직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기억해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누가 이 낮 부끄러운 행사에 얼굴을 들이밀며 표를 구걸하는지. 누가 민족의식, 역사의식이 결여된 채 군민을 대변하겠다는 것인지, 본지도 반드시 기록할 것이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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