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원전 내에 ‘중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영광군청 등의 행정절차도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한다.
핵발전소 측은 ‘중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라는 말로 규정하고 있지만, 핵발전소의 안전성이 확보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은 “이것이 핵폐기장을 새로 짓는게 아니면 뭐란 말이냐”며 규탄하고 있다.
우리는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경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경주는 ‘저’준위 핵폐기물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중’준위 핵폐기물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경주에는 실제로 ‘저’준위 핵폐기장이 있다.
그런데 한빛원전에는 ‘중’준위 저장시설이 ‘새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원자로헤드와 증기발생기가 보관될 예정이다.
한빛 3·4호기 원자로헤드는 고온·고압에 취약한 재질로 만들어져, 지난 2012년 균열이 발견돼 보수한 뒤 사용 중이었고, 작년 1월과 7월 각각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 최초로 원자로헤드를 교체했다. 그러자 교체된 원자로헤드라는 커다란 핵폐기물 두 개에 짓눌리는 상황이 초래됐다.
핵발전소측은 교체된 원자로헤드를 ‘중’준위 핵폐기물로 구분했다. 핵연료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자로’를 ‘우라늄이 들어있는 밥통’이라고 한다면, 원자로헤드는 밥통뚜껑을 말한다. 탈핵단체측은 원자로헤드를 중준위라고 친다면, ‘가장 강력한’ 중준위 핵폐기물이라고 한다.
이런 강력한 핵폐기물을 원자로에서 꺼낸 것이다. 사실 이러한 헤드를 꺼내서 교체할 깜냥이라면, 3·4호기를 덮어버리는 것이 그나마 가장 안전한 판단일 것이다. 그런데 이윤을 더 남기겠다고 기어코 원자로헤드를 꺼내서 교체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강력한 핵폐기물은 현재 어디에 보관돼 있는 것일까? 그나마도 핵발전소를 세우면서 같이 지었던 저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저장할 수 없는 대형부품인 탓에 ‘종합정비공작건물’에 옮겨져 있다고 한다. 핵발전소측은 “폐기된 원자로헤드는 차폐처리를 한 후,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강력하고도 커다란 핵폐기물은 ‘종합정비공작건물’에 있다가, 내년에 완공될 예정인 (핵발전소측의 이름대로 하면) ‘중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되다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중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영구저장시설(즉 핵폐기장)로 가게 된다고 한다. 한빛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 박응섭 소장은 “최소한 30년은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체 30년 이상 보관된다면, 이것은 ‘임시’저장시설인가, 아니면 ‘영구’저장시설인가? 이것은 새로 만들어지는 핵폐기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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