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실제 예산은 어떻게 구성될까? 대부분은 세입예산 한도 내에서 세출예산을 결정한다. 소위 국비·도비·군비 등 세금이다. 여기에 더 욕심이 많으면 빚을 내서 예산을 늘리게 된다.
빚을 내는 방법 외에도, 실제 예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예산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군민들의 쌈짓돈을 모으는 것이다. 소위 (보통 지자체가 대주주로 있는) 군민주주회사이다. 이런 경우 군민주주는 예산의 확장에 다름 아니다.
세금만으론 안 되겠니?
고창의 경우 이강수 전 군수 시절, 고창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380억원의 빚을 내 예산의 규모를 늘렸다. 고창일반산업단지는 애물단지가 됐다.
여기에다가 군민주주회사 두 개를 만들었다. 고창황토배기유통주식회사와 고창복분자주식회사. 알려진대로 공무원들이 주주참여를 독려했고, 군민들도 여러 이해를 참작해 주주로 참여했다.
고창황토배기유통은 군청지분 38.5%를 포함해 자본금 78억원을 끌어모았다. 황토배기유통은 자본금을 모두 날리고 애물단지가 됐다.
그렇다면 복분자주식회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독자들이 예상하는대로 애물단지가 됐을까? 고창군은 농민이 참여하는 ‘고창복분자주식회사’를 설립했다며 다산목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복분자주식회사는 군청을 대신해 황토배기유통에서 2억원을 투자하고, 마찬가지로 군민주주를 모으는 등 1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 고창의 경우 군청에서 주도한 군민주주회사들이 지방공사가 아닌 민간회사의 외피를 쓰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고, 책임의 소재나 여론의 견제를 벗어나 모호한 영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복분자주식회사의 대표로 김모씨, 천모씨 등 퇴직공무원들이 앉은 것만 보더라도, 예산의 연장선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형태의 회사들은 군민들의 돈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기획된 회사일까? 아니면 예산 대신에 군민들의 돈을 지출하기 위해 기획된 회사일까?
복분자주식회사는 고창군에 소재한 복분자 관련 60여개의 가공회사가 출자했으며, 복분자 생산농가, 지역농협도 참여하고 있어, 고창군에 있는 모든 복분자 관련 생산·가공·유통업체를 포괄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복분자주식회사 김모 대표는 “복분자를 활용한 각종 가공식품이 가속화되는 시장환경변화에 대응해 원활한 유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산자들이 힘을 합쳤다”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행정주도의 마케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주도로 전환해 자립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복분자 가공에 뛰어들며, 고창군이 복분자의 원료수급지로 고착화될 시점에 복분자주식회사는 ‘고창 복분자’의 제2의 도약을 꿈꾸며 꾸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김 대표는 “고창 복분자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자체상품 개발이 필수적이다. 복분자를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능성식품과 음료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이겨낼 수 있는 자체상품과 전국적인 유통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창 복분자의 재도약에 복분자주식회사가 중심에 서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복분자주식회사는 초기에 복분자연구소와 함께 제품개발에 착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군청에서 복분자주식회사가 나눠주라며 비닐하우스·관정 지원사업을 주기도 했지만, 돈을 투자한 농민들은 “설립 후 제대로된 사업활동은 한 적이 있는지, 복분자주식회사에 직원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실제로도 저온창고 임대사업 정도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창읍 공동판매장과 인터넷 판매사업도 복분자유통주식회사라는 법인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발빠른 주주들은 자본금의 일부를 찾아갔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복분자주식회사는 정말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들 회사일까? 아니면 군민의 돈을 빼먹기 위해 만든 회사일까? 군민의 쌈짓돈을 끌어모아서, (제품생산 등 제대로된 사업활동은 하지 않았으니) 그 목돈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소위 페이퍼 컴퍼니와 마찬가지 아닐까? 합법적인 월급 등의 형태로 지출됐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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