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섶(문화비평가, 고창읍 부안면)
과소화마을이 문제다. 과소화 및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게 깊어지는 농촌 대부분의 마을이 위기지만 특히 마을의 가구 및 인구 수가 과도하게 줄어드는 마을들로 인해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아 왔다. 특히 행정리 20가구 미만의 마을로 정의되는 과소화마을은 마을 자체가 소멸의 길을 향하고 있는 경향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행정 편의상 마을들을 통합하면서 해결해나가기도 하지만 그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문제는 마을의 활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과소화마을을 조사했던 정연미 씨의 조사보고서를 보자.
“현재 고창골프장 근처의 염전마을과 진주마을은 골프장 관련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통계상으로는 적정 규모의 마을이 유지되고 젊은 인구가 많다. 예동마을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예동마을도 중년층이 많아 젊은 마을에 속한다. 마을 규모가 너무 작아 진주마을과 통합 제의가 있었으나 마을이 통합되면 마을면적이 4km이상 커져 버려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예동마을이 더 낙후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통합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오래 전에 진주마을과 예동마을이 한 마을이었는데 진주마을이 주민수가 많아 마을 일에 기득권을 주장하고 분쟁이 일어나서 다시 마을을 쪼갠 역사가 있다. 마을이 통합이 되면 복지 소외의 문제와 기득권 관련 분쟁이 있어서 통합을 반대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진주에 사람수가 많으니 진주마을에서만 이장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예동마을까지 (발전의) 힘이 미치지 못할 것 같아서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과소화마을에 대한 능동적 대응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창군의 과소화마을은 2005년도에 총 557마을 중 49마을이었고 2010년도에는 총 563마을 중 88마을이다. 5년 동안 1.8배 늘었다. 2015년도는 총 마을수 564마을 중 과소화마을은 36마을이다. 2017년 현재는 38마을이다. 전라북도는 2017년 과소화마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책 개입을 시작했다. 2017년 전라북도에서 과소화마을 정책으로 고창군에 과소화마을 대응인력 2명을 배치해주었고, 이들을 관리하는 고창공동체협의회는 과소화마을 대응인력의 독자적 역할을 고민하면서 고창지역의 과소화마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고창군에서도 과소화마을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고 과소화마을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마을의 과소화 문제는 농촌 지역사회에서 오래된 문제임에 틀림없으나 마을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 숱한 정책들을 시행하면서도 정작 근본적인 농촌사회의 문제인 마을의 과소화 문제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농촌마을을 떠나는 문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닌지라 사실 과소화와 공동화를 눈뜨고 지켜보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측면도 크며, 그러나 인구 유입정책 위주로는 근본적 문제해결의 방안은 되지 못한다.
인구 유입정책도 방법 중의 하나일테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고 중요한 것은 마을 자체의 내발적인 동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고창지역 과소화마을 전수조사는 전라북도 행정라인의 지침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는 과소화마을 대응인력이 전라북도와 고창군의 정책수행 및 행정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에 만족하자는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과소화마을 대응인력의 적극적 역할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고창지역 마을공동체의 정책적 대안 및 과소화마을 활력 방안을 창의적으로 모색해보자는 것에 있었다.
과소화마을, 554가구에 970명
이번 여름에 전수조사한 바로는, 고창지역 과소화 36마을의 가구 및 인구 현황을 보면 총 가구수 554가구이고 총 인구수 970명이다. 이 자료는 주민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마을에 살고 있는 집과 주민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다. 2017년 8월 31일 현재 고창군 자료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고창군 전체 세대수 28,626세대의 1.9% 정도(가구수와 세대수를 동일시하여 계산했을 경우)이고, 전체 인구수 58,291명의 1.7%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규모이지만, 지역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주민생활세계인 마을공동체의 활력 문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와 직접 연관되는 부분이다.
36마을 중 가구수가 유일하게 한자릿수인 과소화마을은 심원면 예동마을로서 총 8가구다. 인구수는 14명이다. 고창군 과소화마을은 마을당 8-19가구의 편재를 보여준다. 36마을 중 이주민(귀농귀촌자)이 없이 선주민만으로 구성된 마을은 6마을(16.7%)이다. 6마을 중에서도 귀향자조차 없는 마을은 4마을이다. 본가 등 마을에 연고가 있는 귀향자도 이주민 못지 않은 분포도를 보여준다. 이주민 가구와 귀향자 가구를 합해서 볼 때 과소화마을일지라도 일단은 88.9%의 마을이 새로운 인구 구성의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마을에 1인가구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조사 결과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났다. 과소화 36마을 중 청중년(30-60대) 1인가구가 노인(70대 이상) 1인가구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총 가구수 554가구 중 청중년 1인가구는 63가구, 노인 1인가구는 176가구로 1인가구 합이 239가구로 총 가구수에 비해 43.1%를 차지한다. 1인가구의 현실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과소화, 공동화에 이어 1인가구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중년 1인가구에서는 여성(23)보다 남성(40)이 두배 가량 많지만 노인 1인가구에서는 이 점이 압도적으로 역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138)이 남성(38)보다 3배 가량 많다.
공동체 문제로 접근 필요
전북중앙신문 2017년 6월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고창군이 행정자치부의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17억원이 투입된다. 고수면 황산리에 해오름 생활중심마을 조성과 가족친화공간을 마련하여 일자리와 생활 정주공간이 어우러지는 마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도 의미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인구감소의 문제를 지역사회 공동체의 문제로 근원적으로 성찰한다면 더 중요한 것은 기존 과소화마을의 활력을 위한 정책방안 마련과 정책수행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