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핵발전소(=한빛원전) 격납건물에 난 구멍(공극)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빛4호기 격납건물 전수조사를 앞두고, 그리스(=윤활유) 누출에 따른 균열 가능성과 은폐의혹이 제기됐다.
‘한빛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민관조사단)은 10월24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영광군의회 간담회실에서,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민관조사단 실무위원, 주민참여단이 참석한 가운데 제7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지난 6월26일 제6차 전체회의 결과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격납건물 1~8단 콘크리트와 내부철판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후속조치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민관조사단은 제6차 전체회의에서 한빛4호기 격납건물 높이 1~8단까지를 조사해, 철판두께가 ‘5.6밀리미터’ 미만인 경우가 있거나, 콘크리트 구멍 깊이가 ‘8센티미터’ 이상이 나올 경우, 나머지 9~15단까지 전수 조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1~8단 의심부위를 조사한 결과, 콘크리트 구멍은 22개가 있었고, 이중 8센티미터 이상은 11곳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구멍은 깊이가 38센티미터나 됐다. 특히 2곳의 구멍에는 윤활유가 가득차 있었는데 20리터가 넘었다. 이 윤활유는 텐돈(쇠줄)이 들어있는 쉬스관(원형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계속 절단하자, 가로길이 1미터7센티미터의 구멍도 연이어 발견됐다.
전문가 측은 쉬스관이 파열돼도 콘크리트 균열이 없다면 새어나올 수 없기 때문에, ▲윤활유 누출 위치 파악 ▲(윤활유 누출에 따른) 텐돈(쇠줄)의 부식 가능성 ▲균열 여부를 포함한 콘크리트의 구조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멍도 문제지만, 균열은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내부철판 검사에서도 설계기준 두께 이하가 12곳이나 나왔으며, 이중 뒷면에 콘크리트 구멍이 없는데도 부식이 나타나는 곳도 있어, 원인분석의 필요성과 나머지 구간 검사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관조사단은 조사결과에 따라 당초 합의했던 9~15단 전수조사 진행을 요구했지만, 한빛원전 측은 증기발생기 교체를 우선하자고 주장해 갈등을 빚고 있다. 증기발생기 교체는 약 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9~15단 조사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 측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시에 따라) 단독으로 한빛3호기 격납건물 및 내부철판 종합점검에 들어가면서, 한빛4호기 조사결과에 따라 다른 호기 조사를 논의하기로 했던 합의를 위반했다.
민관조사단 중 한 위원은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와 한빛3호기 격납건물 단독조사 추진은 민관조사단 협의사항에 대한 한수원의 고의적인 회피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빛원전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지시를 이유로,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추진은 해당기간 동안 격납건물 9~15단 상부돔 조사를 불가능하게 하며,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한빛원전의 꼼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증기발생기 교체가 계약한 상태로 일정변경이 어려울 뿐, 전수조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이 아니다”며 “증기발생기를 교체해도 전수조사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증기발생기에서 발견된 쇠망치 등 이물질을 제거하라(꺼내라)”는 주민들의 요구에는, “제거할 기술이 없다”거나 “폐기처분하기로 결정된 증기발생기의 이물질 제거비용이 수십원억이 드는데 제거할 필요가 있느냐”며 거부했던 원전측이, 원안위가 지시하자 10월9일과 13일 쇠망치 등 이물질을 꺼냈다. 또한 한빛5호기 격납건물에 설 내부 높이 142피트에 설치된 철골빔 볼트 5개가 시험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러진 사실도 문제가 됐다.
여기에 한수원과 원안위가 민관합동조사 착수 전 조직적 은폐 시도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다. 제보를 받은 한 위원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순 없지만, 제보에 의하면 ‘내부벽면에 부식이 생겨 공극 테스트를 하다가 벽을 실수로 깼는데 철근이 부식된 것을 밀어버렸다. 원안위 주무관이 보고 한수원에 민관합동조사단이 보기 전에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정부·원안위·원전을 질타하는 등 대책요구가 이어졌으며, 한편, 이날 민관합동조사단 제7차 회의는 국정감사중인 정부측을 배려해 11월초 다시 회의가 이어서 열릴 예정이다.
<쇠망치와 강낭콩> 한빛원전은 원안위 요구에 따라 교체예정인 4호기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발견됐던 쇠망치와 강낭콩 모양의 이물질을 10월9일과 13일 꺼냈다. 증기발생기 제작 중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 쇠망치는 크기 4×11센티미터에 무게는 1.6kg이며, 표면에는 용접으로 ‘박’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건설현장에서 ‘중함마’라 불리는 전형적인 쇠망치였다. 강낭콩 모양의 이물질은 크기 7~10밀리미터에 무게 2.353그램으로 유입경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텐돈과 쉬스관> 핵발전소 격납건물은 두께 120센티미터의 콘크리트벽으로 싸여있다. 건물 내부에서 바깥 방향으로, 콘크리트 깊이 60센티미터와 100센티미터 지점에는 각각 세로와 가로로, 쉬스(sheath)관이라는 철강재 원형관이 매설됐다. 시스관 안에는 가는 쇠줄들을 꼬아서 만든 굵은 텐돈(tendon)이 들어가, 콘크리트를 수평·수직으로 칭칭 감아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텐돈이 들어있는 쉬스관 안에는 부식을 방지하는 다량의 그리스(grease=윤활유)가 들어있다. 과거 이 쉬스관에 그리스를 넣다가, 압력을 못 이겨 그리스가 터져나와 보수한 사고도 있었다. 콘크리트 구멍에서 다량의 그리스가 발견됐기 때문에, 누설 쉬스관이 가로·세로냐에 따라 깊이 100~60센티미터 구멍이 나올 수 있다.
<철골과 볼트> 한빛 5호기 격납건물 내부에 설치된 철골빔을 고정하는 볼트(22밀리미터) 5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러졌던 사실은 주민참여단 추궁과정에서 밝혀졌다. 철골빔은 격납건물 내부 대형배관 등 주요기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철골빔은 지진 등에 흔들려도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중앙에 볼트를 채우는데, 그 중 30개 구멍의 볼트가 한쪽으로 쏠리는 등 설계기준을 벗어난 상태였다. 볼트 위치가 한쪽으로 쏠리면 지진 등에 의해 절단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부위에 ‘ㄱ’(기역)자형 보강재를 설치해 기능을 유지할 방침이다. 핵발전소 측은 원전내부에 압력을 가하는 종합누설률시험 등에 의해 볼트가 부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중대사고도 아닌 시험과정에서 부러졌다는 점은 또다른 문젯거리다.
주간해피데이 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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