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핵발전소(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에서 가로 2미터, 세로 70센티미터에 이르는 작은 ‘동굴’이 발견됐다. 한빛4호기는 20여년 전 부실공사 흔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안전성 여부에 심각한 결함을 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콘크리트 안쪽 벽면에 깊이 6.5∼38센티미터의 움푹 파인 공극(구멍)이 발견돼 왔으나, 이번에는 예상범위를 훨씬 초과한 초대형 공극이 발견되면서, 격납건물의 최종방호벽인 콘크리트벽이 방사성물질을 차단할 수 있는지를 두고 불신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월11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빛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민관합동조사단)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8월31일 조사 때 가로 88센티미터, 세로 25.5센티미터, 깊이 38센티미터의 공극이 20리터 이상의 그리스(윤활유)와 함께 발견됐으나, 최근 확대 조사에서 이 공극의 크기가 길이 207센티미터, 세로 70센티미터 ‘동굴’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이 공극의 크기가 2달여 만에 커진 것은, 맨눈 검사만으론 실제 크기를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수원은 벽면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두께 6밀리미터 철판(내부철판)을 나무망치로 두들겨 소리를 듣고, 공극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면 철판 일부를 뜯어내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써왔다. 그러나 이번 초대형 공극은 벽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있어 철판을 뜯어낸 직후에는 일부만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다.
구멍의 길이가 2미터를 넘어갔지만(현재 일부를 검사한 결과 구멍은 22개가 있었고, 이중 8센티미터 이상은 11곳으로 나타났다), 정작 그 구멍에 고인 20리터가 넘는 윤활유의 유출 경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구멍은 지난 20여년 동안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와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 찾지 못했던 것을 민관합동조사단이 찾아내면서 논란이 발생한 곳이다. 당초 내부철판을 망치로 두들겨 울림소리를 듣고 뜯어낸 곳에는 구멍과 함께 윤활유가 유출돼 있었다. 이 구멍에 고여있는 윤활유는, 두께 120센티미터의 격납건물 콘크리트 속 60센티미터와 100센티미터 지점에 매설된 쇠줄관(쉬스관) 안에 부식방지용으로 주입된 윤활유와 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윤활유가 그 구멍에 고여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쇠줄관에서 윤활유가 유출됐다면, 내부철판과 연접된 구멍에서 윤활유가 발견됐기 때문에, 콘크리트 속 구멍이나 균열이 최대깊이 60~100센티미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민관합동조사단 주민측은 윤활유가 고인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부 연장절단을 요구했다. 최초 발견된 구멍 주변을 연장해가며 4차례나 절단한 결과, 현재까지 구멍의 최대깊이는 38센티미터를 넘지는 않았지만 세로는 70센티미터, 가로는 207센티미터까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최초 윤활유가 누설된 지점은 찾지 못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쇠줄관에서 새어나온 윤활유가, 콘크리트 균열 또는 내부철판과 콘크리트벽 사이 벌어진 틈을 타고, 주변의 빈 구멍으로 흘러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수원 측도 균열에 의한 윤활유 누설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다. 구멍의 경우 해당부위를 갈아내고 특수콘크리트로 채워 보수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균열은 찾기도 어렵고 보수도 힘들어 심각성을 더한다는 게 주민측 전문가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 구멍은 내부철판에 연접한 큰 구멍과 큰 구멍 사이가 ‘토끼굴’ 형태로 연결된 구조다. 철판을 두드려 ‘탕’하는 소리를 듣고 찾아내는 현재의 검사방식으로는, 철판과 연접한 구멍은 찾을 수 있지만, 철판 뒤에 콘크리트가 일부 채워지고, 다시 그 뒤쪽에 구멍이 있을 경우는 식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토끼굴’의 경우, 플래시 불빛이 확연히 통과될 정도로 연결돼 있었지만, 윤활유도 고여있는 상태라면, 외부에서 타격음으로 찾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한다. 즉 내부철판을 두들겨 구멍을 찾는 방식으로는, 내부철판과 연접한 구멍은 찾아낼 수 있어도, 콘크리트가 일부 채워지고 난 뒤쪽에 구멍이 있다면 찾을 수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따라서 ‘가설’에 머물렀던 ‘토끼굴’ 형태의 공극이 실제로 발견됨에 따라, 즉 내부철판과 연접하지 않은 구멍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짐에 따라, 조사방식에 대한 논란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24일 영광군의회에서 이뤄진 민관합동조사단 7차 회의 당시, 한 주민이 “벽면 바깥쪽으로 균열이나 공극이 있다면 기술적으로 찾을 수 있냐”고 묻자, 한수원 관계자는 ‘불가능하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실제 콘크리트벽의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벽 공극은 과거 콘크리트 타설 공사와 감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관합동조사단 관계자는 “한수원은 처음 조사를 시작하던 때는 공극 크기가 커봐야 8센티미터일 것이라고 했지만, 조사하면 할수록 덮어놓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한수원이 조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0월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가 원하는 전체 부위를 조사하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안전조치를 완전히 마감하겠다”고 말했다. 한빛 4호기는 지난해 5월18일 점검에 들어가 540일 넘게 멈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