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간해피데이 | | 가로수로 심은 ‘메타세쿼이어’ 줄기가 대부분 잘려 있다. 이유는 전선에 걸리기 때문이란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메타세콰이어는 상부에 장애물이 없고, 주변에 공간이 넓은 장소를 선택해 심으면, 메타세쿼이아 고유의 원뿔형의 아름다운 수형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30미터까지 쑥쑥 자라는 나무를, 몽땅 빗자루처럼 줄기를 짧게 잘라버렸다. 이런 곳에 ‘메타세쿼이어’를 심다니, 이것은 탁상행정인가, 특혜행정인가?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일원 ‘질마재 시인마을 조성사업’(2017년~2020년, 예산45억원=균특21억5천만원+군비23억5천만원)의 일환인 선운사~시인마을(선운리) 가로수길 조성사업은 지난해 12월26일 끝났다. 그런데 작년 12월18일 설계변경을 시행했다. 이유는, 당초 ‘메타세쿼이어’ 120그루를 심기로 했는데, 250그루를 심겠다는 것이다. 예산도 8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늘어났다. 일사천리로 당초보다 배 이상 늘어난 사업을 단 8일만에 완료한 것이다.
‘질마재 시인마을 관광조성사업(1단계)’는 전주에 있는 ㈜하백(대표 강효)이 낙찰받았으며, 그중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식재공사는, 고창에 살고있는 조모씨의 나무를 받아, 부안면에 있는 조경업체(대표 이모씨)가 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의 반대도 심했다. 주민들은 겨울철 결빙과 여름철 시야방해를 우려했으며, 주민과의 소통 부재도 지적했지만, ‘메타세쿼이어’ 식재는 강행됐다. 그것도 당초보다 촘촘하게 심어지면서, 더욱더 염려를 부채질하고, 행정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켰다. 성질상 메타세쿼이아는 뿌리를 길게 뻗어 도로 일부를 파손시키므로, 도로와 충분한 이격거리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가로수로는 이미 산딸나무가 심어져 있었는데, 거기에다가 ‘메타세쿼이어’를 중복 식재함으로써, 예산낭비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월21일 고창군의회에서 이봉희 의원은 “그곳이 메타세쿼이어를 심을 자리냐”고 물었고, 1월3일자로 임명된 백재욱 문화예술과장은 “수종의 적정성은 조금 깊이 생각해봐야 되겠지만, 원래 폭이 2차선이라 넓지 않은 상황이고, 수고(나무높이)가 상당히 된다. 메타세쿼이어라는 수종 자체가 수고가 있는 것이어서, 조금 생각은 해봐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거기를 지나왔던 적이 있다. 지금 보면 상당히 전지를 해가지고,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장애가 된다는 것은 아닌데, 새로 잎이 나고 나무가 무성해지면 ‘일부 통행과 시야확보에도 지장이 있지 않을까’ 그런 우려는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봉희 의원은 “도로가 상당히 굽이가 많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산이 있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안 와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런데 눈이 왔을 때 거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메타세쿼이어 나무는 상당히 크고 뿌리도 깊고 상당히 울창한 숲처럼 자란다. 그게 2차선에서 우거지면 상당히 위험성이 있다. ‘질마재 시인마을 관광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가로수를 식재할 때, 과연 지역주민들과 그 지역에 맞게 사업을 추진했는지 진짜 의구심이 든다”고 문제제기하면서, “그 지형에 맞지 않아 뽑을 것 같으면 뽑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곳에 심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많이 심었다. 그리고 수종이 맞지를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나무는 자신의 형질대로 수형을 이루고, 잎을 많이 내어 마음껏 햇빛을 받으면서 생장해, 자손을 많이 냈을 때 행복하다 할 수 있다. 탁상행정이든 특혜행정이든, 나무의 생장특성이나 주변환경을 고려치 않고 가로수를 심자마자, 마구잡이로 줄기와 가지를 잘라내 버렸다. 거기에다 뭔 예산이 그리 많은지 촘촘하게 심어, 무성히 자라는 ‘메타세쿼이어’ 특성상 서로에게 고통을 주게 생겼다. 또한 햇빛을 제대로 못 받는 산딸나무는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가로수는 식재될 도로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 수종을 잘 선택해 심으면, 그때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풍경으로 아름다운 길이나 명품 마을을 만들 수 있다. 가로수는 길이나 도시를 아름답게 해 주는 옷과 같은 존재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품위 있는 길이나 도시가 되기도 하고, 아니면 노숙자의 모습처럼 초라한 길과 도시가 되는 것이다. 또한 가로수는 한번 식재되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길이나 도시에 가로수를 심을 때 수종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질마재 시인마을 관광조성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과업지시서’ 중 ‘조경·녹지설계’ 세부지침을 보면, “고창군과 질마재 시인마을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수종을 선정·도입하며, 전통적인 수종의 도입으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되어있다.
250그루 ‘메타세쿼이어’ 가로수는 ‘탁상행정’ 때문에 줄기가 잘린 채 ‘질마재 시인마을’에 심겨진 것일까? 아니면 ‘특혜성’ 때문에 심겨진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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