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0년 간 쌓여가는 핵폐기물을 처분할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한 채 대책도 없이 핵발전을 지속해왔다. 안면도, 굴업도, 위도 등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짓기 위한 정부의 일방적인 시도는 번번이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했다. 부지에 대한 적합성 조사는 물론 고준위 핵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토론과 숙의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를 선정하고 발표해 온 결과였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라는 것을 운영했지만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졸속으로 마련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은 핵산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한 채, 핵발전소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핵발전소 인근지역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인근지역과 시민사회는 이름뿐인 공론화와 그 결과물인 ‘관리기본계획’ 백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취임 전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정책’의 재수립을 약속했고,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재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공론화위원회 준비단’(=고준위 핵폐기물 재검토 준비단, 이하 ‘준비단’)이 구성되었고, 작년 하반기 내내 논란을 거듭하면서, 핵발전소 인근지역과 시민사회는 새로 출범할 ‘공론화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이해관계자를 포함시켜야 함을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4월3일 ‘준비단’ 운영의 최종결과물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면서, “‘공론화위원회’(=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중립인사(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5명 이내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광 등 핵발전소 인근지역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산업부의 이번 발표에 반발하며, “산업부 중립인사 방안 철회 및 이해당사자 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11일, 핵발전소 인근지역인 기장군의회·울주군의회·울진군의회와 영광군청·영광군의회·한빛원전영광범군민대책위원회(영광지역 150여개 사회단체 연대모임)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빛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 공동대책위원회’는 산업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작년) 재검토 준비단 활동에 참여했던 원전소재 지역대표들이 합의·제출한 (재검토) 위원회 구성의견과 완전히 상반된 것으로, (중략) 정부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지연으로 불완전하게 임시보관 중인 사용후 핵연료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원전 소재 지역주민은, 산업부의 재검토 위원회 구성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히며, (산업부의 발표를) 조속히 철회할 것과 다양하고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재검토 위원회 구성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산업부에 공문을 보냈다.
산업부의 입장이 발표된 직후인 4월8일(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공동대표 정일·최재일, 이하 고창군민행동) 등 15개 종교계 및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대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산업부의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계획은 기계적 중립,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으로, 과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산업부의 재검토 위원회 구성 방안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고창군민행동,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준)은, 4월30일(화)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부의 재검토위원회 구성 방안을 대해, “말이 중립이지, 사용후 핵연료 문제 및 이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의 의미와 맥락에 대한 이해를 떠나 공론전문가들만으로는 제대로 된 공론화를 설계할 수도, 책임 있게 의제들을 풀어갈 수도 없는 바, 기술적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결과를 내는 것에만 의미를 둔 구성인 것”이라고 비판하며, “결국 이번 정부 역시, 공론화를 충분한 숙의와 민주적 과정을 통해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에 관한 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장으로 여기기보다, 서둘러 공론화를 종료시켜, 조만간 포화될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절차적 요식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단지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해, 핵발전소를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절차적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임시처방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태도, 현세대가 책임져야 할 중차대한 문제를 봉합한 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려는 처사를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공론화’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되는 것에 반대하며, 안전과 사회적 합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① 시간에 쫓긴 졸속 공론화에 반대한다. 십만년 이상 봉인시켜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문제를 단 몇 달 안에 성급히 결정해서는 안 된다. ②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에 책임 있는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고, 해법을 찾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③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성과 관리의 어려움을 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핵폐기물에 대한 성찰 없는 핵발전과 전력소비방식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④ 지역간·세대간 형평성 있는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방향을 마련한 이후에, 이를 바탕으로 임시저장시설 증설 여부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⑤ 지속적인 핵발전소의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특히 임시저장시설 신설·증설에 집중되거나 국한된 공론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⑥ 임시저장시설 신설·증설 문제는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을 고려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등으로 논의 범위를 확대하여 진행해야 한다. ⑦ 중립적 인사라는 미명으로 이해당사자를 배제시키고 공론전문가들로만 운영되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반대한다. 지역과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함께 공론을 설계하고 끌어가야 한다.mejores replicas de relojes
영광-고창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 여부 등을 판가름할 산업부의 공론회위원회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핵발전소 인근지역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중립인사 구성방안을 규탄하며, 이해당사자 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가운데, 핵발전소 최인접 지역인 고창군은 과연 어떤 입장을 갖고 이 사안에 대응해 갈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
※탈핵시민행동(준)은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당, 녹색연합, 대전탈핵희망,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불교환경연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정의당, 탈핵경주시민행동,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천주교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한국YWCA연합회, 한살림연합, 핵없는세상광주전남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19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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