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에 있는 한빛원전 1호기가 265일 동안 정기검사(14차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출력을 시작했다가 하루 만에 수동 정지됐다. 핵분열을 억제하는 제어봉 기능에 문제가 생겨,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어서고 냉각재 온도가 급상승한 결과다. 수개월간 정기점검을 마치고 가동을 준비하던 중 핵발전이 멈춰서는 고장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정기점검이 적절하게 수행됐는지 의문이 나온다.
5월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1분께 한빛1호기 증기발생기에서 고수위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 주 급수펌프에서 정지 신호가 발생했고 곧바로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했다. 원전측은 문제가 발생하자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켰다. 가동 승인 하루 만에 가동이 멈춘 것이다.
이번 사고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정상가동 전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의 상하 이동능력을 테스트하던 중 불상의 원인으로 4개의 제어봉 다발 가운데 하나가 빠져나와 핵분열이 왕성하게 이뤄졌고, 그에 따라 냉각재 온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냉각재 온도 급상승으로 증기발생기 내부 수위가 올랐고, 그에 따른 조치로 주급수 펌프 작동중단 등 일련의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사람 실수인지, 시스템 문제인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빛1호기는 지난해 8월18일부터 검사를 받고, 지난 9일 저녁 7시30분 임계에 도달(핵분열 시작)했다. 원래 계획대로면 출력상승시험과 같은 ‘임계 후 9개 후속 검사’를 마친 뒤 11일 새벽 5시에 재가동(전력생산) 될 예정이었다. 원안위는 “상세한 원인 분석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재발방지 대책 등을 철저히 검토해 안전운전이 가능한 것이 확인될 때 재가동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원자로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소내 방사선 준위도 평상시 수준”이라고도 설명했다.
지난 1월에는 한빛2호기가 7개월간 정기 점검을 끝내고 가동을 준비하던 중 이틀 만에 갑자기 멈춰 섰다. 가동하려고 출력을 높이던 중에 증기발생기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했다. 사고 원인은, 운전원이 증기발생기 수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 관계자는 “원전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 예전보다 2∼3배 점검기간이 늘어났는데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수원의 정비능력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규제능력 모두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빛1호기는 1986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설계수명 40년짜리 원전이다. 가장 최근 검사에서 원자로 격납건물 벽을 둘러싼 방호 철판(CLP) 부식 부위 108곳, 부식되진 않았지만 두께가 기준보다 얇은 부분 2222곳이 발견됐다. 또 방호 콘크리트벽 안 또는 표면에서 공극(빈공간) 14곳과 길이 57센티미터의 목재 이물질이 발견돼, 통상보다 긴 검사 및 보수를 받았지만, 가동을 하려했더니 이번에는 핵분열을 억제하는 제어봉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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