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이 대세가 되고 있다. 전남 강진은 지난해 이미 시행됐고, 해남은 오는 6월 첫 농민수당이 지급된다. 전국 30여개 지자체에서 농민수당 시행을 준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 내년도 도 농민수당 시행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전남과 충남북, 강원, 경남 등지에서 도 농민수당 시행을 위한 주민조례 제정 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다. 들불처럼 번지는 농민수당 운동으로 인해, 정부 역시 농민수당 시행과 직불제 개편문제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면 농민수당 입법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강진, 해남, 화순, 함평 등 지자체에서 시행·추진하는 농민수당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농민 소득안정망 확충을 위한 국가정책 방향에 부합하고, 농업인구의 지속적 감소 및 소득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사업 추진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당 지자체에 통지했다. 2016년부터 농민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농민수당 시행 요구에 대해, 정부 부처가 농민수당을 새로운 농업정책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농민수당은 제도 도입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고창은 어떤가? 농민수당 시행은 군수 공약 사항이었고, 농민들은 농민총회를 개최하여 농민수당 시행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농민수당 추진협의회’가 구성되고, 여기에 행정·군의회·농협·농민단체 대표 등이 함께 참여해서 농민수당 조례안을 만들었다. 농민수당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조례와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그런데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당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에서 제대로 토론이나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5분 발언으로 농민수당 도입을 촉구했던 의원이 농민수당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고창군의회가 요지경 속이다.
고창군 농민수당은 1만여 농가에 연간 60만원(월 5만원)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고창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고창사람상품권은 관내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기에, 농민들에게 지급된 농민수당은 타지로 빠져나갈 수도 없고 은행에 예금될 수도 없다. 소비자인 농민들을 거쳐 곧바로 군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통해 현금화된다. (과도한 쏠림을 막기 위해 농협과 하나로 마트는 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올 하반기 농민수당 예산은 40억이었다. 40억이 고창 관내 상가에 뿌려지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군 예산의 절대금액이 토건업체를 배불리고, 대부분의 농업예산이 소수 농자재업체를 살찌우는 조건에서, 농민수당은 관내 주요 소비자층인 농민들에게 지급되어 소상공인들에게 고르게 배분된다. 절대다수 군민이 그 효과를 고르게 향유할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예산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런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이 허리를 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예산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뭉칫돈이 오가는 가운데 떡고물도 떨어지고 리베이트도 생겨나는 법인데, 농민수당은 전혀 그럴 일이 없다. 부자들과 친하고 떡고물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농민수당이 하찮기도 하고 눈엣가시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군의회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한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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