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금) 오전 10시30분, 영광 한빛1호기에서 최악의 안전관리 사고가 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5월20일(월)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원전에 특사경이 투입되는 것은 1978년 원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그런데 10여일동안 입다물고 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5월21일(화) ‘설명자료’란 이름의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일부언론의 보도 중 두 가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첫째, “‘폭발 위험 원전’ 안 멈추고 12시간 가동”했으며,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1986년 우크라이나(구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원자로 폭주로 갈 뻔한 사고’라고 평가한다”는 보도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한빛1호기는 5월10일 10시30분 제어봉 인출을 시작해, 원자로출력이 18%까지 상승했으나, 발전팀이 이를 감지하고 10시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해, 출력은 10시33분부터 1%이하로 감소했으며, 11시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 ▲한빛1호기는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원자로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더 이상의 출력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안전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에서 시험을 무리하게 강행하다가 출력폭주가 발생해 사고로 이어졌으나, 한빛1호기의 경우 모든 안전설비가 정상상태를 유지했으므로 출력폭주는 일어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둘째, “무면허 정비원이 핵분열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보도이다. 한수원은 “▲원자로 운전은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받은 사람이 해야 하나,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 소지자가 지시·감독하는 경우에는 면허를 소지하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한빛1호기의 경우 정비원이 원자로조종감독자인 발전팀장의 지시·감독 하에 제어봉을 인출했는지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우선, 이렇듯 해명에는 신속한 한수원이 왜 10여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입다물고 있었냐는 것이다. 좀 투명해지라는 요구를 한수원은 눈곱만큼도 듣지 않고 있다. “한빛1호기는 5월10일 10시30분 제어봉 인출을 시작해, 원자로출력이 18%까지 상승했으나, 발전팀이 이를 감지하고 10시32분에 제어봉을 삽입해, 출력은 10시33분부터 1%이하로 감소했으며, 11시2분부터는 계속 0% 수준을 유지했다”를 얘기를 그동안은 하지 않다가, 왜 이제서야 얘기하냔 말이다.
여기에는 사고에 관성화 된 한수원의 태도가 드러난다. 소위 ‘악의 평범성, 악의 진부함’ 말이다. 사고 직후 5월10일(금) 원안위 보도자료에는 “열출력이 제한치인 ‘5%’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되어있다. 5월20일(월)이 돼서야, 원안위는 “제한치인 5%를 초과해 약 18%까지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5%와 18%의 차이. 5%는 겨우 제한치를 넘은 상황이지만, 18%는 제한치를 3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이러니 국민의 안전은 무시하고, 자신의 잘못은 은폐하는 한수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또한 한수원은 “이번 한빛1호기의 경우 정비원이 원자로조종감독자인 발전팀장의 지시·감독 하에 제어봉을 인출했는지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는데, 10여일이 지났는데도 이것하나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체 한수원은 국민에게 무엇을 설명하겠다고 것이고, 무엇을 신뢰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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