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원전 1호기가 9개월여(265일) 동안 정기검사를 마치고, 5월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은 뒤, 5월10일 오전 원자로 가동을 시험하다, 제어봉 기능에 문제가 생겨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해 급등했지만, 즉시 가동을 정지시키지 않고 12시간 가량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는데, 따라서 면허가 있는 감독자의 지시·감독 소홀이 의심된다. 또한 현장 운전원들은 관련규정을 숙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열출력이 높아지면 ‘원자로 폭주’로 이어져 자칫 원자로가 폭발하는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 시민단체는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폭주로 갈 뻔한 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원안위는 5월20일(월) 이번 한빛핵발전소 사고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돼, 발전소를 사용정지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원안위 소속 특사경은 원자력 관련 위법행위자를 긴급체포하고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핵발전소 사건으로 특사경 투입된 것은, 1978년 국내에서 핵발전소(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한수원측은 조사에 앞서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발전팀장·총괄운영실장·발전소장을 바로 직위해제했다. 또한 원안위의 사용정지 명령은 지난 2012년 고리 1호기와 2013년 신월성 1호기, 신고리 1·2호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제어봉 시험 중 열출력 18%까지 급등
점검을 마치고 가동 준비 중에 발전이 멈춘 한빛1호기는 이상을 발견하고도 원자로의 출력을 무리하게 올렸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원안위로부터 한빛1호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지난 5월10일 오전 3시부터 원자로 제어봉의 제어능력에 대한 측정시험을 했다. 원자로 내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을 내리면 출력이 떨어지고, 들어 올리면 출력이 올라간다. 재가동을 위해 여러 개의 제어봉을 차례로 올려 같은 높이로 맞추며 총 0~231스텝(높이)까지 출력을 올리게 된다.
시험시작 6시간30분 만인 오전 9시30분 일부 제어봉에서 2스텝의 출력편차가 발생했다. 핵발전소측은 곧바로 시험을 중단하고 출력을 0스텝까지 다시 내렸다. 점검을 거쳐 다시 제어봉을 올렸고, 오전 10시27분 66스텝까지 올렸으나, 일부 제어봉이 54스텝에 머무르며 편차가 12스텝까지 발생했다.
핵발전소측은 출력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편차를 확인한다며 오히려 100스텝까지 출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오전 10시31분 원자로의 열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해 18%까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로의 냉각재 온도는 302도까지 올라갔고, 증기발생기 수위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어 주 급수펌프가 멈춰섰고 보조급수 펌프가 가동했다. 핵발전소측은 다시 제어봉을 내렸고 2분만인 오전 10시33분 출력이 1% 이하까지 떨어졌다. 오전 11시2분부터는 출력이 0% 상태를 유지했다.
원안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한때 출력이 제한치를 넘은 사실을 확인돼자, 운영기술지침서대로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할 것을 지시했다. 그때서야 핵발전소측은 이상 발생 12시간 만인 밤 10시2분 원자로를 정지시켰다. 12시간이나 걸렸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지침서에 따라 원자로 가동을 바로 멈춰야 한다. 이에 대해 핵발전소측은 출력이 제한치를 넘은 것은 2분에 불과했고, 제한치 이하의 안정상태를 유지해 원자로를 멈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저출력인 경우, 핵발전은 몇 초만에도 폭주가 가능한 점을 고려한다면, 지침에 따라 가동을 멈추지 않고 이런 변명을 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아마 경제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멈춰야 할 때 멈추려 하지 않고, 지침(안전)이 수익의 아래 있으니, 현장 운전원들은 관련규정을 숙지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매주 지침서를 교육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더 큰 헛발질은 핵발전소측이 출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미 제한치 초과 1시간 전에 이상(출력편차)을 알았다는 데 있다. 그 이상을 알면서도 출력을 계속해서 올렸고,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다시 올렸다가 18%까지 급등한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하는 자가 핵발전소 감독자로 있다니, 이런 자들에게 핵발전소를 맡겨야 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또는 원자로조종사면허를 취득한 운전원이 직접 하여야 하나,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소지자의 지도·감독하에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직원도 가능하다. 그런데 원안위 조사결과, 당시 면허가 없는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원자로조종감독자면허 소지자로서 현장감독 의무가 있는 발전팀장의 지시와 감독이 미흡했던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이는 면허소지자가 원전을 조작하거나 최소한 감독면허 소지자가 감독해야 한다고 한 원자력안전법 84조 위반이며,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핵발전소측이 민감한 원자로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핵발전소측이 제한치 초과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상황을 알고 수동정지를 지시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 지역의 원전감시기구나 주민에게 ‘한빛1호기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알린 시점도, 이상이 발생한 지 6시간이 넘은 오후 5시께였다. 원전감시기구가 이를 공개하면서 뒤늦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그러자 핵발전소측은 뒤늦게 자료를 냈지만 ‘원자로 이상’이라는 핵심을 비켜 갔다. 핵발전소측은 저녁 7시16분 자료를 내고 “원자로 특성시험 중 제어봉 수동인출 과정에서 원자로 냉각재 온도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증기발생기 수위상승으로 모든 주 급수펌프 정지신호가 발생하여 보조급수 펌프가 자동 기동됐다”고 밝혔다. 원안위가 수동정지를 지시한 뒤 0시20분 또다시 낸 자료에서는 원자로나 제어봉 문제는 빼고 ‘보조급수 펌프가 자동 기동돼 원인을 점검하던 중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원자로를 수동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핵발전소측이 원자로 제어봉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려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빛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 관계자는 “운전미숙, 설비이상에 따른 작업관리 미흡 및 감시소홀 등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제어봉이 제어되지 않은 부분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한 상황”
원안위측은 원자로 열출력 급증에 따른 핵연료의 안전성 재평가 등을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을 기존 7명에서 18명으로 확대해 한빛원전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한빛원전 사건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을까.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원자로 폭주로 갈뻔한 사고”라고까지 평가한다. 원자력정책 전문가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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