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지역 무 농가들이 수확을 앞두고, 무 밭을 보며 하릴없이 일손을 놓고 있다. 수확을 앞둔 봄무에서 긴 줄기와 함께 꽃이 피는 이른바 ‘추대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에 꽃이 피면 온전히 뿌리에 집중돼야 할 영양분이 분산돼, 속이 질겨지고 크기도 작아 상품성이 떨어져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피해농가는 30여농가, 피해면적은 106헥타르에 이른다.
국내 유명 종자회사(A업체)에서 공급한 봄무에서 발생한 추대현상에 대해, 농가들은 특정종자에 하자가 발생한 것은 불량종자 탓이라며 업체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A업체는 저온현상과 재배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10일 지역농민들에 따르면, A업체의 종자를 2월말경 구매해 3월10일경 파종한 무에서, 5월10일께부터 추대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서대식(52)씨를 포함한 고창군 공음·무장·대산·흥덕면 농가들은 “A업체의 한 종자를 몇 년째 계속해서 같은 시기인 3월초에 파종해 재배했으나, 올해 뿌린 종자에서만 추대현상이 발생해 무를 폐기처분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A업체는 제품 하자를 인정하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종자를 파종한 농가는 피해가 없고, 뉴질랜드산 종자만 유독 추대가 심하게 발생했다”며 “상식적으로 종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각각 11만5699㎡∼16만5285㎡의 무를 재배했으나, 추대현상으로 인해 중간상인이 계약을 파기하고 있어, 피해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는 “추대현상은 최저 기온이 갑자가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생리장애의 하나”라며, “2018년 고창군의 3월 영하 일수가 9일이었으나 올해는 15일이었으며,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제품을 같은 시기에 파종해도 어떤 멀칭을 사용하는가와 재배방법에 따라서 추대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5월28일 현장조사를 통해, “기상에 의한 피해현상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선 재현시험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한편, 지난해 여름에는 해남 여름무에서 추대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핵심은 뉴질랜드산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해당농가는 “같은 상품명의 국내산 종자를 파종한 밭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유독 철제통에 담긴 뉴질랜드산 종자를 쓴 밭에서만 꽃이 피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농가도 “같은 날짜에 국내산 종자를 파종한 주변 다른 농가의 밭은 멀쩡한데, 뉴질랜드산 종자를 쓴 우리 밭에만 꽃이 피었다”면서 “해남지역에 심각한 이상기후가 온 것도 아닌데, 특정회사·특정국가의 종자에서만 추대현상이 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농가 현장을 방문한 농촌진흥청의 한 연구사는 “같은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온 종자가 원산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파종 후 결과가 판이하다면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농가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 두 종자의 유전자가 같은지 분석결과를 내놓거나, 재배시험에 나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이렇듯, 작년에는 해남에서, 올해는 고창에서 유독 뉴질랜드산에서 추대현상이 심각했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국내산과 뉴질랜드산을 비교하고, 재배시험을 통해 해당 종자가 추대현상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A업체측에서 원인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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