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핵발전소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는 ‘인재’라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핵발전소 운전 판단 착오, 무자격자의 핵발전소 조작, 운영기술지침 불이행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했다. 핵발전소 사업자는 물론 정부의 안전관리 기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은 6월24일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의 직접적 원인은 당시 발전팀 근무자들의 계산 오류와 조작 미숙에서 비롯됐다. 사고 당일 업무를 인수받은 근무자들이 제어봉(원자로 내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자동차 브레이크 같은 장치)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다른 조작 그룹과 편차가 생기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응도(원자로 출력 변화값)를 계산했는데, 담당 원자로 차장의 잘못으로 원자로 출력값이 임계점을 넘어 18퍼센트까지 급증했다. 운영기술 지침서에 따르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이 5퍼센트를 초과하면 즉시 수동정지를 해야, 하지만 당시 근무자들은 원자로를 12시간 가까이 가동했다.
또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했음에도, 실제 제어봉을 운전한 정비팀 직원은 교육·훈련도 받지 않은 채 미숙하게 운전했다. 제어봉이 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2회 연속 조작해야 했지만 1회만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3개 근무조가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했지만 작업계획서 작성, 중요작업 전 회의 등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다만,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원자로 냉각재 내 핵연료 손상 시 발생하는 제논(Xe)·크립톤(Kr)·요오드(I) 등 방사능 준위 변화를 확인한 결과, 이번 열출력 급증 사고로 인한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향후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종합 결과를 발표한다. 한빛1호기는 정기검사 중 이상이 발견돼 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5월9일 재가동 허가를 받았지만, 가동 하루 만인 10일 열출력 증가로 운전을 멈췄다. 원안위는 그간 킨스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시민단체들은 핵발전소 관계자들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고 있다. 한수원은 위급한 상황을 12시간 가까이 방치했고, 원안위는 뒤늦게 원자로를 수동 정지하는 등, 언제든 다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수원이 경영상 이유로 웬만하면 원전을 가동시키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면서 “언제까지 인재사고 위험에 국민들이 불안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원안위는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고 한수원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왜 현장에 파견 나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업기관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규제기관도 반드시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원안위의 특별조사 중간 결과에 대한 입장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빛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 발표에서 지역주민과 기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발표 과정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주민들은 “보통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인 말 같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항의했다. 원안위의 설명을 요약하면, 발전소 직원의 운전 미숙으로 ‘원자로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제어봉의 위치 이상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 필요한 수치도 잘못 계산돼 생긴 사고라는 것이다.
원안위는 우선 인근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발표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과 기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위 외계어를 남발했다. 발표 내용이 ‘동적제어능측정법’(DCRM),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 ‘제어봉 위치편차’ 등 전문용어와 ‘66단’, ‘반응도 390.3pcm’ 등 수치 반복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사실상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 영광주민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국민을 납득시키려 하지 말고 뭐가 잘못됐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말해 달라”며 “원안위가 국민 불신을 사는 것은 이 같은 행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손명선 원안위 국장은 “쉽게 설명 못 했다면 죄송하다”면서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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