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기 출력급증 사고의 원인이 인적 실수(계산 오류와 조작 미숙)로 드러난 데 이어, 계획예방정비가 진행 중인 한빛3호기 격납건물에 대한 종합누설시험에서 압력이상이 발견되며, 한빛원전 곳곳에서 이상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한빛3호기는 올해 2월 격납건물 내부철판(CLP) 콘크리트에 44개의 공극과 14개소의 그리스(윤활유) 누출부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정비를 진행했다. 핵발전소의 격납건물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물질을 가두는 방벽 역할을 하는 최후의 안전설비다. 격납건물 내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은 자칫 외부로 방사능이 새어나올 수 있는 위험요인이어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했다. 때문에 한빛3호기 계획예방정비는 격납건물 내부철판에 대한 정밀점검을 진행하고, 이전에 발견됐던 콘크리트 공극에 그라우팅 등을 통해 보수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빛3호기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는 모든 콘크리트 공극을 메운 뒤 비파괴검사로 격납건물의 안전성을 검사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진행된 종합누설시험에서 격납건물 내 압력이 새는 등 안전성에 이상이 발견됐다. 한빛원자력본부(=한빛본부)는 6월20일 돼서야 “최근 한빛3호기 격납건물의 관통부에 대한 압력시험에서 누설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관통부는 두께 120센티미터의 격납건물을 관통해 나가는 길이 150센티미터, 지름 61센티미터, 두께 3센티미터의 관이다. 이 관을 통해 배관·케이블 등이 보조 건물과 연결된다. 이 같은 현상은 관통부에 밀폐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통부가 제대로 밀봉되지 않을 경우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테스트 과정에서 압력누설 수치가 허용치 이상일 경우 핵발전소 측은 재수리에 나서야 한다. 애초에 한빛핵발전소는 6월24일까지 관통부 점검을 마치려 했지만, 원인 조사와 정비에 추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격납건물 공극 정비 후 시험과정에서 미미한 누설이 발견됐다”며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허용치 이내로 떨어뜨린 뒤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빛핵발전소 6기 가운데 수동 정지한 한빛1호기를 비롯해 4기가 정비 중이다.
뉴스통신사인 뉴스1에 따르면, “3호기 압력누설 건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즉시 보고할 사안은 아니지만, 1호기 출력급증 사고가 10여일 만에 뒤늦게 알려진 데 이어 3호기 사고도 원전 측이 쉬쉬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면서 “3호기 보수공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빛1호기 출력급증사고로 여론이 안 좋은데 3호기 사고마저 알려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외부에 말하지 말아 달라고 원전 측이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빛본부는 “외부에 말하지 말아 달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격납건물의 관통부에서 압력이상이 확인됐지만, 외부로 알리지 않은 사안’을 문제삼은 언론보도에 대해, 한빛본부는 “보고대상은 아니었지만, 신속하게 관련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6월21일 반박했다.
한빛원자력본부에 따르면, 한빛3호기의 격납건물 종합누설률시험 수행을 위해 6월13일 저녁 9시15분부터 14일 저녁 8시30분까지 격납건물 내부에 공기로 시험압력을 가했다. 종합누설률시험이란 계획예방정비 중에 격납건물 내부를 설계기준 예상사고 최대압력으로 가압해, 격납건물의 종합누설률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가압 ▲대기안정화 ▲본시험 ▲확인시험 ▲감압 단계로 수행한다.
그러나 본시험 착수 전 수행하는 대기안정화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장점검을 수행했다. 그 결과 17일 격납건물 관통부에서 누설이 확인돼 19일 오전 8시부터 감압에 착수했다. 한빛본부는 20일 오전 4시에 감압을 완료한 후 격납건물 내부 상세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빛본부는 감압 착수 하루 전인 18일 한빛3호기 종합누설류리험 진행현황을 원안위 지역사무소에 보고하고, 감압 착수일인 19일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에도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빛본부는 “이번 사항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보고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전라남도·전라북도·영광군·고창군 등 관련 지자체에도 보고서를 제공했다”며 “재가동 시기가 현시점에서 2~3개월 늦어질 것이라는 것은 근거없는 추측이고, 계획예방정비가 완료된 후 이에 대한 임계 전 정기검사 결과가 만족할 경우, 원안위로부터 임계허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빛본부를 포함한 한수원측이 관련기관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거니와, 관련기관엔 정보를 제공하면서 왜 자체 홈페이지나 언론에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인지, 정보공개와 투명성에 시스템 정비가 요구된다.
한편, ‘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은 6월21일 “한빛3호기에 대한 조사를, 재가동을 위한 정비수준의 조사가 아닌, 사고 원인을 밝히는 조사로 이뤄져야 한다”며, “격납건물은 방사능 유출의 최후 보루로서 관통부가 제대로 밀봉되지 않으면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밝혀진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수원 사장이 부실공사를 인정했던 한빛4호기와 같은 시기 같은 공법으로 만들어진 한빛3호기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재가동을 위한 정비가 아닌 원인을 규명하고, 많은 문제가 발견되고 반복되는 핵발전소는 조기 폐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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