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명산으로 유명한 내장산 국립공원을 놓고, 장성군이 명칭 변경을 다시 시도하면서, 정읍시와 전남 장성군 간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장성군은 이번에 명칭변경이 안 된다면, 국립공원 분리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장성군은 내장산 국립공원이 두 지역에 비슷한 면적으로 분포한 만큼 백양사가 자리한 백암산 명칭을 병기해 존재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읍시 등은 수십 년간 사용해온 명칭을 변경하면 탐방객 혼란을 초래하고 지역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한다.
8월5일 장성군에 따르면, 이를 위해 타당성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와 계약해 오는 11월까지 진행한다.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장성군·관계기관(환경부·전라남도)·학계·전문가(국토정보지리원)·유관기관(백양사·국립공원)·지역주민·향우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공청회도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1월 타당성 용역이 끝나면, 환경부에 명칭변경을 정식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명칭 변경을 둘러싼 전북 정읍시와 전남 장성군의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장성군의 주장은, 기존 내장산 국립공원이란 명칭에 장성군에 있는 백암산을 붙여 ‘내장산·백암산 국립공원’으로 하자는 것이다. 장성군은 국립공원 내 차지하는 면적을 근거로 이를 주장하고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은 3개 시·군이 맞닿아 있다. 전체면적 약 81㎢ 가운데 정읍시가 46%, 장성군이 42%, 나머지는 순창군이 차지하고 있다.
장성군의 명칭변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1년 11월17일 내장산 국립공원이 국내에서 8번째로 지정된 이래, 지난 1979년과 2007년 두 차례 걸쳐 명칭변경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1979년에는 장성지역 유림을 중심으로 명칭변경이 추진됐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2007년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명칭변경을 추진했으나, 정읍시와 전라북도의 반발에 부딪혀, 당시 내장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를 백암사무소로 바꾸는데 그쳤다.
두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명칭변경에 대한 장성군의 의지는 변함없는 상황. 장성군 관계자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 걸쳐 있는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전북지역에 위치한 내장산을 국립공원의 명칭으로 한정·표현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지역주민의 개칭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립공원의 관리 및 발전에 장성군의 적극적 협력에도 한계를 지니고 있어, 조속한 명칭변경 및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7년 당시 정읍시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측의 공식 철회입장이 나올 때까지, 10만 정읍시민 서명운동 등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쳤다.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명칭변경 반대에 나섰다. 정읍시는 세 번째 명칭변경 시도에 대해 장성군의 구체적 행동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그런 상황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미 전북도와 실무자 협의를 가진 바 있다. 일일이 대응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으며, 어떤 실체가 나오면 거기에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합리성과 객관성이 떨어진 자체발주 용역결과를 가지고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장성군의 방침이 정해지는대로, 전북도와 공동으로 강력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 모두 대표적 지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름을 바꾸면 관광객들이 혼동을 일으키고, 관광개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특정 지역만의 의견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를 강행한다면 지역 간 갈등이 초래되고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립공원 명칭변경을 지자체가 건의할 경우, 환경부는 현장조사와 주민공청회(정읍시·장성군), 관계기관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환경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국립공원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심의·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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