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축제 뒤에는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보도자료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지난 10월5일부터 3일간 고창석정온천관광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온천대축제’가 끝난 뒤엔 아무런 보도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일회성’ 축제니까, 이왕 지나간 거 잊어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1차 추경에 온천대축제 예산 5억원이 올라왔을 때, 의회에서는 5억짜리 축제를 군민의 공감대 없이 두 달 만에 기획할 수 있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결국 모양성제와 연계하는 조건으로 1억원을 삭감해 4억원을 통과시켰다. 군청에서는 “그동안 석정온천관광지 홍보에 미흡한 감이 있어서 온천축제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도비와 자부담 부분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12회 동안 ‘대한민국 온천대축제’를 돌아보면, 강원도에서 2번, 부산 2번, 충청권 4번, 경상도에서 3번 열렸다. 지난 제12회 철원의 경우, 총예산 5억원 중 1억5천만원은 도비로 확보했다. 하지만 고창군은 순수 군비로 축제를 치러냈다. 자부담이란 말도 예산통과용 면피성 발언인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에 군청에서는 우회적으로 도비 1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이 조정교부금은 ‘석정온천관광지 관광편의시설 개선사업’ 명목으로, 다시 석정온천관광지에 쓰여질 뿐이다. 문화관광부에는 특별교부금 7억원을 신청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순수군비를 투입한 온천축제는 내용적으로 보나 참여도로 보나 실패작으로 끝났다는 평가다. 군민들로부터 온천축제에 대해 좋은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온천축제에 걸맞는 내용도 부족했을뿐더러, 군민의 참여와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용역사인 엠비씨에게만 좋은 일 시켜준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진남표 군의원은 지난 7월22일 고창군의회에서, 모양성제와 연계한다는 조건으로 예산성립이 됐는데, 모양성제와 연계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따져 묻기도 했다. 위원회를 구성해 축제를 기획해야지, 대행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축제를 추진의 군청 집행부의 미숙한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창군은 축제를 10월2일~6일 열기로 하고 준비했다. 태풍으로 인해 2일 많은 비가 예보됐지만, 전날인 1일 오전까지 예정대로 축제를 진행한다고 다방면으로 홍보하고 보도자료도 언론사에 베포했다. 그러나 1일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축제를 5~7일로 연기·축소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당연히 언론사·유관기관·지역주민 등에게 변동사항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어야 함에도,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날 언론사는 일제히 오보를 냈으며, 그렇게 온천축제는 더욱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고창군의회에서는 축제 개막식 등에 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이 모두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창군의회 차원의 보이콧은 아니라고 하지만, 부실한 프로그램과 부족한 주민참여 등 온천축제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의회 내부에서는 (관광객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군민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맞느냐, 이것이 4억짜리 축제가 맞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타 지자체와는 달리 축제와 행사를 늘려가고 있는 고창군, 군민의 피로감과 주민 동원, 낭비성 예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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