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3월9일 고창군청 홈페이지 ‘고창군에 바란다’에 “대학입학축하금 못 받아 억울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 ⓒ 주간해피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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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축하금을 받는 학생과 부모님들도 마음을 열고 한 번 고민해 주시기를…. 본지는 고창군과 고창군의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응원한다. 그러니 한번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찾아보자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동고동락한 한 학급이 있다. 그 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군청으로부터 축하금까지 받으며 “축하”받는다. 축하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학급 안에서,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은 축하받지 못한다. 그 다음해 합격해도 축하받지 못한다. 가정 형편상 대학에 못 가고 취업을 택한 학생들도 축하받지 못한다. 대학 말고 다른 꿈이 있는 학생도 축하받지 못한다. 몸이 아파서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학생도 축하받지 못한다. 고창에 살고 있지만, 가정사 등 이유로 주소지만 옮긴 학생도 축하받지 못한다. 광주 사는 아버지 주소로 되어있지만, 고창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학생도 축하받지 못한다.
한 학급 안에서 누구는 축하받고 누구는 축하받지 못하고 있다.
고창에서 평생 살고 평생 세금을 낸 부모가 있어도, 타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면 축하받지 못한다. 대학 진학이 어려운 특수학교·특수학급 학생들도 축하받지 못한다.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소위 ‘학교 밖 청소년’(중증장애청소년 포함)은 축하받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홈스쿨링을 택한 청소년도 축하받지 못한다. 축하받을 수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도, 검정고시생이란 이유로 축하받지 못한다.
축하에는 “배제”가 아니라 “배제”를 “배제”하고, 모두를 “환대”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이들을 다 축하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들은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 ▲관내 주소지를 둔 20세라는 카테고리에 모두 묶인다. 고창군은 올해 대상자를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 8백여명 중 6백여명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고창의 주소지를 둔 20세도 6백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창에 주소지를 둔 20세, 주소는 고창이 아니지만 고창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을 다 합해도 8백여명 정도로 보여진다. 이들 모두에 대해 성년을 축하하고 졸업을 축하하면 되지 않을까?
대학진학축하금 못 받아 억울합니다
고창군은 올해부터 총사업비 6억원을 들여, 관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대학교(2년제 포함)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축하금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자 누락 시 수시접수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본인 또는 보호자의 주민등록이 3년간 되어 있으면 1백만원, 2년간 70만원, 1년간 되어 있으면 50만원을 지급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9일 고창군청 홈페이지 ‘고창군에 바란다’에 “대학입학축하금 못 받아 억울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보이는 정모씨는 “올해부터 지급하는 대학입학축하금은 공평하게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고등학교 졸업자만 대학에 가는게 아니잖아요. 검정고시 합격하고 대학에 갈 수 있어요. 저는 고창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으며, 개인적인 사유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그 이후 홈스쿨링하며 검정고시 합격 후 당당하게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화가 나서 다른 지역을 찾아봤는데, 정읍시·하동군의 경우 검정고시 출신자에게 지원하고, 순창군의 경우 지원하지 않더군요”라며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고창군민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고창군은 “대학진학축하금은 ‘고창군 학생복지 지원조례’에 근거하고 있으며, 검정고시 출신자에 대해서도 대학진학축하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신 건에 대해서는, 민원인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고창군 조례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지급할 수 없음을 널리 양해해 주시 바란다”고 답변했다. 해당조례는 군청에서 만든(발의한) 것이며, 군의회에서 심의·의결한 것으로서, 일리가 있다면 얼마든지 조례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어쩔수없이 공무원으로서 현 조례에 메일 수밖에 없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와 관련해 정일 교사(고창고)는 “아무래도 군에서 처음 시도하는 제도다 보니까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특히 지역 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가정 내 특별한 사정 때문에 주민등록을 고창군에 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나, 고창에 살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해도 지원받기가 힘든 경우 등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서운한 학생이 발생할 수 있는 예”라면서 “명목은 대학진학축하금이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을 두고 있는 지역 농촌 가정에 경제적인 지원을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보면, 관내 거주하고 있는 스물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축하금으로 모두 지급하여 격려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큰 힘을 주는 제도로 발전·정착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취업생들은 취업지원이나 취업교육이 있지 않은가?
어떤 이들은 취업생들은 직업훈련교육지원, 청년창업지원금, 취업장려금 등이 있지 않으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들은 대학을 나온 뒤 취직해도 받을 수 있으며, 대학진학축하금처럼 반대급부 없이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부터 대학진학축하금을 지급한 순창군도 고창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주간신문 ‘열린순창’의 보도(3월11일자)를 보면, 올해 고교 졸업 후 알바를 하고 있는 유상현(20·순창읍) 씨는 “순창에서 태어나서 순고를 졸업했다. 같이 학교를 졸업했고, 우리 부모님도 세금을 냈는데, 대학 가는 사람에게만 지급한다는 것이 차별이라고 느껴진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대학에 못 가는 사람도 있다. 교육 기회 보장이 목적이라면, 대학에 못 가는 사람에게 오히려 지급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대학에 꼭 가야만 우수 인재인지 묻고 싶다. 대학에 가든 안 가든, 공평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청년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이나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장려금도 있기는 하나, 요건을 갖춰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사업비를 지원받는 동안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며, 짧게는 1년에서 많게는 수년간 성과와 결과를 검증받는다. 대학입학축하금처럼 조건 없는 현금 지급은 아니다. 조례의 목적에 맞게 한다면, 실패하더라도 다음 해에 도전할 수도 있는, 학교 밖 세상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고 학업을 시작할 수도 있는, 학업이 아닌 다른 진로를 택한 모든 청년의 삶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이다. 학력이나 앞으로 세운 계획이 얼마나 번듯한지 따지지 않고, ‘그동안 애썼다고,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새로운 출발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학벌이 계급이 된 사회, 우리마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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