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회 고창군의회 정례회(6월17일~25일)에 유례없는 원포인트 추경이 상정되면서, 6월18일 군수의 추경설명, 6월23일 예결위 심의 등을 앞두고, 이에 대한 의원들의 판단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제2차 추경에 올라온 예산은 ‘삼양사 염전 부지’ 매입건으로 350억원(군비)이 상정됐다. 예상 감정가는 11~12만원 선으로, 350억원은 30만평 내외로 추산된다.
삼양사 염전부지는 약 67만평인데 이중 5만여평은 삼양사 내부적으로 법적 분쟁 중에 있다고 한다. 나머지 62만여평은 삼양사 상속자 7명(이하 삼양사측)의 공동소유이며, 이를 김호서(심원태양광발전·55%)·김희겸(고창태양광발전, 45%·이하 개발업자측) 씨가 2018년 10월 평당 9만원선에 계약해 잔금을 남겨두고 있었다.
개발업자측은 염전부지에 태양광발전을 하기 원했고, 염전어가·심원면민·고창군 등은 이를 반대했으며, 개발업자측은 태양광발전 관련 고창군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삼양사측은 여러 조치를 통해 염전을 폐쇄했으며, 염전어가들은 군청에 생계대책 마련을 요청·항의했다.
이 와중에 지난 제271회 고창군의회 임시회(5월7일~5월21일)에서 염전부지(일몰경과 함께하는 생물권체험학습벨트 조성사업 부지) 매입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통과됐으며, 67만평(삼양사 부지 포함)을 676억여원(평당 10만원)을 들여 2020년~2021년에 걸쳐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제271회에서 제1차 추경을 하자마자, 제272회에서 염전부지만 원포인트로 제2차 추경을 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추경이 통과되면, 군청은 삼양사측·개발업자측과의 삼자계약을 통해 45만평에 대한 매입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며, 감정평가 뒤 추경예산(35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잔여금액은 내년 본예산을 세워 지급할 예정이다. 군청은 형식적으로는 삼양사측과 매매절차를 진행한다. 법적 분쟁 중인 2만여평도 분쟁이 끝나면 매입한다(특약). 나머지 17만평은 삼양사측이 개발업자측에 매도해, 스마트팜 등 자체사업을 진행할 계획. 군청은 이 17만평에 대해서도 개발업자측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급박하게 추경을 세워도 되는가?
군청은 ‘백년대계’를 이유로 삼양사측·개발업자측을 설득했다고 한다. 삼양사측은 군청에서 성의를 보이기를 원했고, 6월말까지 추경예산이 서지 않으면, 개발업자측이나 다른 곳에 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알려졌다. 군청은 이런 삼양사측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염전어가의 생계대책 요구도 걸려있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사업을 급박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상호 업무협약을 맺고,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감정평가, 여러 문제들을 차분하게 점검하며 추경이 아닌 내년 본예산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걸까? 삼양사측 등이 주도하며 지자체를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 못내 미덥지 않다.
현 추경에 대해서는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삼양사측이 개발업체측에 평당 9만원선에 매도한 가격이 몇 년 지나지 않은 현재 11~12만원 선에서 얘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45만평으로 계산해도 90억~135억원의 차이가 난다. 물론 감정평가를 해봐야 하겠지만, 더 높은 감정가가 나올 수도 있다.
둘째는 통과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과는 다른 계약이 체결된다는 점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30%초과되지 않는 한 문제가 없지만, 일부는 개발업체측이 개발하고, 일부만 군청이 매입하는 것은, 심의·통과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의 사업계획과는 다른 내용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45만평에 대한 부지매입비만 (평당 12만원선으로 계산할 때) 군비 54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경제성·타당성이 있냐는 것이다. 고창군은 이 부지에 2033년까지 갯벌세계유산센터(315억여원, 국비50%·군비50%), 염생식물원·자연생태원 및 소금 관련 6차산업(371억원, 국비50%·군비50%), 생태공원 및 캠핑장 등(380억원, 국비50%·군비50%)을 조성하고, 염전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우선은 약 9개의 지자체가 유치 전쟁에 뛰어든 갯벌세계유산센터 조성사업에 선정돼야 한다. 고창군은 지난해 12월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이 사업계획이 반영된 점, 염전부지 등을 매입함으로써 부지문제를 해결한 점 등을 들어 갯벌세계유산센터 선정을 자신하고 있다. 또한 고창군은 “군비가 투입되는 만큼 국비를 끌어오고, 국토교통부 관광분야 연계·협력사업을 통해, 테마형 생태관광지를 조성함으로써, 관광분야 사업성·경제성 비전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71회 고창군의회에서 조민규 의원은 “우리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냐, 안 되냐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이며, 부지매입에만 군비 6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났다. 특히 이번에 설치된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한다고 하자, “제일 염려했던 부분”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자치단체장이든, 어쨌든 간에 유기상 군수가 3선을 하든 재선을 하든 관계없이, 군수가 바뀌었을 때는 또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려요. (…) 재원 확보에 대한 가장 문제가 가장 큰 건데. 이것이 과연 그렇게 시급하게 매입을 해야 되는 요인이 있는지 없는지, 이런 부분을 먼저 고민을 했어야 되지 않나? 재원확보에 대한 부분을 400억 있으면 200억은 또 별도로 군비를 해아 돼요. 어차피 고창군에서 쓰는 돈이에요. 그러면 선례로 일반산업단지를 할 때 약 600억 정도 들어갔던 사업이거든요. 군비가 400억인가 500억 정도 들어가고…. 그때도 당시 군수가 절대 채무 없이 한다고 대답은 했어요. 결국에는 채무 져가지고, 이제 조금씩 해서 다 갚았는지 모르겠지만…. (…) 솔직히 말해서 사업은 요원해요. 이 사업 자체가 대단한 프로젝트는 맞습니다. 굉장히 규모도 크고, 다만 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는 이제 시작이에요. 논란도 많고…. 그러면 676억이라는 예산을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개념을 미리가지고 가서, 예를 들어 재정안정화 기금을 다 쓰면 또 마련할 것 아니에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뭐 있으면 써 버릴 거예요. 그러면 무슨 재정안정화 기금이에요. 그건 재정안정화 기금이 아니에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한다면, 예를 들어서 676억이 들어가면 300억 정도는 부채를 안고, 300억 정도는 이렇게 해서 사야지, 전체를 다 써버리면, 그렇지 않아도 지금 솔직히 추경 571억 하지만, 돈 없어서 본 위원이 알기로는 뭔 에어컨 하나 사주라는데 못 사준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가난한 동네에서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다른 대안이 없어버리면 다음에는 배고파 죽어요. 그런 부분은 해소되어야할 것 같아요. 이걸 매입하고 안 하고는 떠나서 대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이봉희 의원도 “여기에다가 600억 이상의 돈을 투자하게 되면, 우리 군에다 쓸, 우리 군민들이 필요할 때 적당히 적재적소에 써야할 예산을 못 쓰고, 여기다 너무 치우쳐버리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면서 “군비의 10% 이상을 땅 매입하는데 써버리면, 나머지 주민은 어떻게 하느냐? 이로 인해 우리 군민들이 정말로 써야할 때, 일을 해야 할 때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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