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전봉준 장군이 고창 당촌 태생이고,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가 무장현 구수내이며, 포고문도 구수내에서 출발할 때 발표된 것으로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이 되던 1994년까지만 하더라도 객관적·학문적으로 공인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전봉준의 출생지는 이기화 전 고창문화원장께서 당촌마을 고로(古老)들의 증언을 취합해, 세종문화회관에서 학술발표를 통하여 단초를 마련해 주셨고, 신용하 교수가 1985년 무장기포설을 제시하였으나 특정지역 사람들로부터 폄하와 저항을 받았으며, 무장포고문(茂長布告文)은 농민군이 무장읍성을 점령했을 때 여시뫼 봉에서 발표된 것으로 인식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상황과는 인식의 차이가 컸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학문적 뒷받침이 확실하지 못했던 연유로 그럴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기념일 제정 관련 학술발표를 통해서, 또한 우리 고창기념사업회 차원에서도 꾸준히 학술발표와 기념사업을 성실히 한 결과, 무장기포지의 역사성과 포고문의 상징성이 학계에서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겠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전봉준의 강건한 추동력과 손화중·김덕명·김개남 등 남접의 대접주들에 의해, 그리고 한 축을 담당한 고창과 고창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때문에 우리 고창군민으로서는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리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던 고창지역 동학농민혁명사가 2020년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에 ‘고창 무장기포’가 동학농민혁명 1차 봉기로 정식 등재되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지 126년,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기에 기록해 둡니다.
첫째, 동학농민혁명이 아닌 동학농민운동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는 이미 특별법에서도 동학농민혁명으로 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운동으로 표기하는 것은, 패배의 전쟁 혹은 미완의 사건으로 보는 시각일 수는 있겠으나, ‘유사 이래 민중의 권리 요구가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었던가, 그리고 당시에는 패배했을지 몰라도 동학농민혁명이 우리의 근·현대사 진행 과정에서 이 보다 더 중요했던 사건이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동학농민군이 출병을 하면서 밝혔던 대의명분 즉 포고문 기록을 왜 생략하는가? 출판사 ‘미래앤’에서만이 포고문 취지를 간략히 거론했을 뿐, 나머지는 포고문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습니다, 포고문은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했을 뿐만이 아니라, 민초들의 대의명분을 만천하에 들어낸 작품이며, 무장기포가 1차 봉기로 자리매김하게 한 고리이기도 합니다.
셋째, 4대 명의와 12조 군율이 백산회동 시 발표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오류입니다. 당연히 포고문이 발표될 때 함께 나온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필자의 다른 글에서 누누이 설명했거니와, 문장이나 문맥, 상황 등이 포고문과 함께 나올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은 앞으로 우리 고창군민들이 노력하여 바로잡아 나가야할 과제인 것입니다.
우리는 2018년도 봄,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에 관한 준비작업을 시작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황토현 승전일로 돌아가는 등 불편한 마음으로 업무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에 직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일을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은, 전봉준 장군은 본인 또는 가문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봉건제도의 압제 속에서 고통 받는 백성들과 외세의 침략 앞에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이 나라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온 몸으로 느끼며, 농민 동지들과 함께 분연히 일어섰던 것입니다. 그 시대 헐벗고 굶주린 몸으로 처절하게 저항했던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의 삶이 이만큼이라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세계사적 혁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동학농민혁명사의 본고장에서 전봉준 장군을 비롯한 동학농민혁명사가 홀대받는다면, 고창 군민으로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닐는지요. 이번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에 군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동참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