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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은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악취와 파리떼 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래서 축산농가는 생업을 위해서라도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주거환경과 관련해 주민들은 축사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보통의 혐오시설의 경우 주민들이 똘똘 뭉쳐 막아낼 수도 있지만, 축사의 경우 제한거리만 만족하면 지자체에서 허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폐수·악취·해충 등에 대한 허가조건을 달고는 있다.
고창군은 2018년 5월14일 법지리 1000-2번지(답·3781제곱미터) 부지에 우사(2030제곱미터)와 퇴비사(200제곱미터) 신축을 유모씨에게 허가했다. 법지리는 신림면에서 가장 큰 마을로, 1백여세대 2백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허가가 난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때만 해도 가축사육제한거리를 만족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인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법지리에는 향약(마을자치규약)이 있었는데, ‘회원의 의무’ 중에 하나로, “혐오시설·악취·소음 등 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축사·공장시설 등의 신축 자제”를 요구하고 있었다. 유모씨 가족들이 이미 두 곳의 우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마을주변 2킬로미터 이내에 축사만 11곳이 있었으므로, 군청에서 허가는 받았지만 주민들은 이 향약에 기대, 유모씨에게 공사를 착공하지 않기를 요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에는 서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됐지만, 결국 유모씨는 공사를 착공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고창군청과 전북도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부지와 마을이 가깝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상에 해당부지가 가축사육제한구역이라고 명확하게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군청 문서에는 ‘농림지역·농업진흥구역’만 표기하고, 가축사육제한구역은 표기하지 않은 꼼수도 보였다. 주민들이 보기에, 이것은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였다. 하지만 군청은 허가를 취소할 생각이 없었다.
주민들은 3백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의 감사착수가 늦어지고 공사진척은 빨라지면서, 2019년 5월8일 주민 13명은 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공익감사청구는 규정에 따라 종결 처리됐다. 1심만 해도 벌써 1년 이상이 지나갔고, 오는 9~10월경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1심 판결문을 통해 어느 정도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창군청의 주장은 복잡하다. 가축사육제한거리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해당 필지를 저촉되는 부분(63제곱미터)과 저촉되지 않는 부분으로 분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사와 퇴비사를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 지으면, 가축사육제한거리를 만족하므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건축주인 유모씨는 건축허가 신청 당시 계획했고, 군청에도 고지한 바와 같이 2019년 4월18일 분할 등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2018년 5월14일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11개월이 지난 2019년 4월18일 분할 등기했는데, 소급 적용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가축사육제한거리는 강행규정인데 소위 가분할이 이를 대항할 수 있을지, 축산업자의 공교로운 논리와 이에 동조한 고창군청의 가분할 신공이 법원에서도 통할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농림지역·농업진흥구역에서 63제곱미터짜리 분할의 가능 여부. 농지법상에는 농지가 세분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할이 가능한 경우를 제한하고 있는데, 가축사육제한거리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를 분할할 수 있냐는 것이다.
셋째는 판례에 따르면, 가축사육제한구역은 제한거리나 조례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지형도면 ‘고시’만이 효력을 가진다. 제한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가)분할한 토지조차도 지형도면 ‘고시’상에는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표시돼 있다. 따라서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고시된 필지에 축사를 건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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