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미(고창군 부군수)
농산어촌들이 고령화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촌의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만65세 이상자 비중)은 46.6%로 국가 전체 고령화율(14.9%) 보다 3배 높다. 2018년의 경우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65%에 불과하고 일자리를 찾아 인구 도시집중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농산어촌을 떠나는 발길은 끊이지 않아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우리나라 산업경제계는 매출감소와 이로 인한 무급휴직, 일자리 감소 등으로 검은 그림자가 길게 깔리고 있다. 농산어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고창군은 한국농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창군은 6차 산업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6차 산업은 농·축·수산업(1차)+제조·가공업(2차)+판매·서비스업(3차)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산업형태다.
대표적 사례가 ‘고창 상하농원’이다. 상하농원은 매일유업·고창군·농림축산부가 약 3만평 부지에 370억원을 투입해, 2016년 4월 문을 열었다. ‘짓다’ ‘놀다’ ‘먹다’라는 3대 테마로 구성된 시설들을 갖춘 상하농원은 고창군 50여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각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들과 공방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온-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상하농원은 유료 입장제로 운영 중이다. 입구에 있는 ‘파머스 마켓’(농축산물 판매장)은 고창농민들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현지에서 생산하고 만든 유기농 원유, 유정란, 치즈, 블루베리 엑기스, 햄과 소시지, 발효액, 빵 등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상하농원은 ‘5감’(五感: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들고, 코로 향기를 맡고, 입으로 먹고)을 만족시킨다. 각종 친환경 농축산품을 생산하는 4개 공방, 유기농 농경지, 그리고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체험교실과 착유실, 입을 즐겁게 하는 농원식당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젊은층부터 중장년의 관광욕구를 충족시키는 파머스 빌리지와 최근 7월부터는 야외수영장도 개장해 말 그대로 6차 산업의 총합이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산업경제계가 직격탄을 맞아 고사위기에 처한 가운데에도 상하농원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개장 첫해 방문객은 1만명을 남짓했다. 지난해에는 16만명에 달했다. 4년만에 16배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올해에는 18만명을 낙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역시 전년대비 15% 가까이 증가했다. 6차 산업의 위력을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6차 산업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의 경우, 농지 면적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축산물의 생산·가공·유통단계에 접목시켜 지능화한 스마트팜(Smart Farm)으로 세계 1위 화훼 수출국이자 세계 2위 농산품 수출국이 됐다.
상하농원은 네덜란드보다 6차 산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네덜란드 목장은 치즈를 상품화하고 목장을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상하농원은 여기에 생산과 제조·가공, 문화 체험과 힐링·관광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세계 유일 6차 산업 대표지다.
현재 국내 각지에서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6차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케이스가 많지 않다. 너무 빨리 진행함으로써 부작용과 실패가 많은게 현실이다. 가능성과 경험을 쌓아서 규모를 늘려 성공한 고창군의 경우는 그래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 사례는 우리나라 6차 산업 전략과 관련해 의미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도채 박사의 평가에 동감한다. 그래서 농촌은 도시보다 지속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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