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서 독감(인플루엔자)백신 예방접종 이튿날 70대 어르신이 숨진채 발견됐으며, 보건당국은 어르신의 사망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했으며, 같은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맞은 주민들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독감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사례는 인천에서 17세 남학생이 민간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을 한 이틀 뒤인 10월16일 숨진 후 두 번째다. 고창에 이어 대전에서도 10월20일 독감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숨진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
최현숙 고창군보건소장은 10월20일 “고창에서 혼자 사는 A씨(78·여)가 백신을 맞은 뒤 숨졌다는 사실을 질병관리청에 보고했다”며 “질병관리청에서 A씨와 같은 날 함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이상 반응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해당 병원에서 내진표를 가져다가, 일일이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게) 전화해 (이상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백신 맞은 환자는 (병원마다) 100명으로 한정돼 있어서 최대 1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A씨는 10월20일 오전 7시쯤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마을부녀회장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전날 오전 9시쯤 고창군 한 의원에서 독감 예방 백신을 맞았다. 해당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에서 만든 보령플루VIII테트라백신주(백신 제조번호 A14720016)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A씨가 맞은 백신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이나 백색 입자가 확인된 백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숨진 A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를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으나,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는 게 이웃들의 진술이라고 한다. 한 마을주민은 “A씨는 평소 (건강상)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으며, 백신을 맞은 뒤에도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를 발견한 부녀회장은 “전날(19일) 오후 5시쯤 전화통화를 해 다음날 고혈압 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함께가기로 약속했다”며 “병원에 함께 가려고 오전 7시쯤 찾았더니 돌아가신 상태였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A씨가 백신 접종 때문에 사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최 소장은 “정확한 사망 원인은 역학조사와 부검 등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인천지역 17세 남학생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당국은 부검을 통해 예방접종과의 관련성 및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망한 17세 남학생이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으로 무료접종 백신이다. 정부와 조달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의료기관에 유통한 제품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제품이 맞지만, 유통 과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회수 대상은 아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앞서 신성약품 독감 백신이 ‘상온 노출’로 물의를 빚은 뒤 조사를 통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 시간 ‘상온 노출’ 등으로 효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백신 48만 도즈(도즈 단위는 1회 접종량)는 회수한 바 있다. 그 이후로도 ‘한국백신’의 백신제품에서 ‘백색 입자’가 확인돼 61만5000도즈가 회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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