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서 독감(인플루엔자)백신 접종 이튿날 숨진 70대 어르신(여성)의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고창경찰서는 10월22일 “국과수가 독감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A씨(78)를 부검한 결과, 백신 접종과 사망을 연관 지을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검의는 현장을 참관한 고창경찰서 소속 형사에게 “육안상으로는 특별한 게 발견되지 않았다. 정확한 사인은 정밀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A씨 사망이 ‘아나필락시스 쇼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독감백신 접종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아나필락시스는 조직이 뒤틀리는 등 조직 변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A씨 부검 과정에서는 이런 모습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현숙 고창군보건소장은 “아나필락시스는 보통 4시간 이내에 쇼크가 나오는 상태인데, A씨는 (백신 접종 뒤) 8시간 이후까지 가족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돼, 그 부분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고창경찰서 관계자는 “변사 사건이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했다”며 “정밀 검사는 보통 3~4주 걸리는데, 전국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안이어서 결과가 더 일찍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10월19일 오전 9시쯤 고창 상하면의 한 의원에서 독감 예방백신을 맞은 뒤 이튿날 오전 7시쯤 상하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맞은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에서 만든 보령플루VIII테트라백신주(A14720016)로 ‘상온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백신’이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백신’은 아니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A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를 앓았으나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A어르신과 같은 날, 같은 의원에서 백신을 맞은 나머지 주민 9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창군보건소는 10월21일 “어제(20일) 사망한 A씨(78)가 19일 방문한 민간 의료기관에서 같은 종류의 백신을 접종한 9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이상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은 이들은 대부분 고창주민으로 지난 19일 시작된 무료 예방접종 대상인 만 70세 이상이다.
고창군보건소는 해당 의원에서 백신을 맞은 주민들의 인적사항이 담긴 예진표를 확보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상 유무를 파악했다. 99명 중 전화를 받지 않은 2명은 보건소 직원이 직접 거주지를 찾아가 조사했다.
다만 다음날(20일) 해당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한 100명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고창군보건소는 “질병관리청에서 A씨와 같은 날(19일) 백신을 맞은 사람들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재까지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접종을 중단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창지역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은 약 2만8000명이고, 예방접종을 하는 민간의료기관은 3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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